노동개혁, 대타협 취지 맞게 대화로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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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 대타협 취지 맞게 대화로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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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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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이 16일 근로기준법, 파견근로자보호법, 기간제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개정안 등 노동개혁 5대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로 했다.
 야당과 일부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지만 노사정위원회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대타협에 합의한 만큼 관련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집권여당으로서는 당연한 수순이다. 중요한 것은 노사정의 합의 내용과 취지를 충분히 살리되 이번 논의 과정에서 빠진 이해당사자의 우려와 기대를 수렴하고 야당과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최종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어렵게 조성된 대타협의 분위기를 깰 수 있는 조급증과 성과주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는 금물이다.
 새누리당이 내놓은 법안 중 통상임금의 개념을 명확하게 하고 근로시간 단축을 담은 근로기준법, 실업급여의 액수와 기간을 늘리는 고용보험법, 통상적인 출퇴근 재해 보상제도를 도입한 산재보험법은 상대적으로 의견 차이가 크지 않지만 기간제법과 파견근로자보호법은 꽤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기간제법 개정안은 35세 이상 기간제근로자의 사용기간이 2년이 되면 근로자가 신청할 경우 2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기간이 2년으로 너무 짧아 사측이 정규직 전환보다 계약을 종료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파견 허용 업무가 현재 32개 업종으로 제한된 파견법은 55세 이상 고령자, 고소득 전문직, 금형·주조·용접 등 뿌리산업 6개 업종도 파견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정된다.
 하지만 야당과 노동계는 여당안이 결과적으로 비정규직만 늘릴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오히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강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여당은 당장 실직을 걱정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지에, 야당은 궁극적인 비정규직 축소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만 여야 모두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협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노사정 합의문은 ‘관련 당사자를 참여시켜 공동실태조사,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집중적으로 진행해 대안을 마련하고, 합의사항은 정기국회 법안의결시 반영토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노사정이 합의한 대로 이런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노사정 협상에서 최대 난제였던 일반해고와 취업규칙변경 문제는 근로기준법 개정과 관련된 사안이지만 이번 여당 개정안에서는 빠졌다. 노사정은 법 개정을 중장기 과제로 돌리되 정부가 노사와 협의해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여당은 가이드라인(행정지침) 제정을 추진하겠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노동계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신중하게 처리하는 게 맞다. 이 두 사안은 노동계가 논의 시작에 동의한 것만으로도 이미 큰 양보를 한 셈이다. 특히 일반해고의 경우 노조 조직률이 10%에 불과한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을 볼 때 무노조의 상당수 근로자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근로자의 평균 근무기간이 5.6년으로 가장 짧은 우리나라의 노동 현실에서 근로자들이 일반해고의 오남용이나 악용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쉬운 해고를 강제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고, 또 노사정에서 이 두 사안을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기로 합의한 만큼 정부는 노동계가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보완책을 내놓고 설득해야 한다.
 야당은 노동개혁 관련 법안을 꼼꼼히 점검하고 치열하게 논쟁해 노사간 힘의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되 노사정 합의 자체를 뒤엎지는 말아야 한다. 노사정이 합의하지 않았더라도 정부·여당은 노동개혁을 시대적 과제로 보고 연내 마무리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야당 입장에서도 대화를 통한 노동개혁의 기회가 마련됐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재계는 노동개혁과 관련해 과도한 욕심을 버리고 스스로의 문제점을 되돌아봐야 한다. 노사정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노사정 합의를 폄훼하고 국회에 독자적으로 입법청원하겠다고 나선 것은 성숙하지 못한 태도이다. 오히려 노동계의 양보에 상응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사회적 책임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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