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KTX를 타고 서울을 오르내리다 보면 몇몇 도시 역사( 驛舍)의 어색한 명칭들을 접하게 된다.
김천·구미역, 천안·오송역 등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이 같은 기발한 명칭들을 보면서 그 도시의 명운과 직결될 수 있는 물러설 수 없는 작명의 과정과 흔적을 어느 정도 알수 있을 듯하다.
아울러 이러한 작명이야 말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그 도시를 홍보할 수 있는 얼마나 중요한 수단인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동해안 이웃사촌인 울진군은 금년들어 2개 면의 이름을 바꿨다.
울진군 서쪽에 자리하고 있다해 ‘서면, 이라고 작명했을 것 같은 이곳에는 세계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600여년 된 금강 소나무 원시림 군락지가 형성돼 있음을 감안해 ‘금강송면’이라 했고 매화천이 흘러 매년 봄이면 매화꽃 향기가 그윽하다 하여 원남면을 ‘매화면’으로 바꿨다.
면 이름만 들어도 그 면의 특성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얼마나 멋진 작명이란 말인가.
강원도 영월군의 경우도 톡톡 튀는 기발한 작명을 엿볼 수 있다.
2009년 하동면을 ‘김삿갓면’으로 서면을 ‘한반도면’으로 명칭을 변경한 것이다.
우리는 면 이름만 접해도 위대한 풍류시인 김삿갓의 고향이 영월이요 한반도면은 한반도와 무슨 관련이 있거나 비슷한 모양을 지녔다는 것을 당장 짐작해 낼 수 있다.
약간의 내용이 다르긴 하지만 춘천의 신동면 중리 경춘선의 전철역명은 단편소설 ‘봄봄’의 저자 김유정을 기념한 ‘김유정역’으로 돼 있다.
유명인물을 철도역 이름으로 삼은 첫 번째 사례로 춘천의 명물로 단단히 자리매김해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우리 포항도 만시지탄의 감은 있으나 대보면을 해맞이의 장소로 유명한 ‘호미곶면’으로 개명한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올해 국가적으로는 광복 70년의 자랑스러운 해이자 우리 포항시로 보면 지난 1995년 통합 포항시가 출범한지 2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기도 하다.
도농 복합형 경북의 수부도시 포항시는 인구 50만 이상의 도시가 되고 경북에서는 처음으로 두 개의 비 자치구를 가지게 된 연유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두 개의 비 자치구 이름을 시대정신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남구, 북구로 작명하고 있다.
우리 포항의 특성을 살리고 홍보할 수 있는 수많은 명칭을 뒤로 하고 이보다 더 황당하고 촌스러울 수 없는 작명을 하고 말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관선시대의 권위적이고 무개념적인 남·북구의 명칭이 다시 변경할 의지조차 없이 지금까지 불리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포항의 수준을 읽을 수 있는 단적인 사례같아 참으로 부끄럽고 자존심까지 구겨지는 듯하다.
당장 개명을 해야 할 사유이고 이제야 말로 21세기 시대정신에 맞는 새로운 작명을 고민해 볼 시점이 아닌가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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