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하향 고착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98.3%에 해당하는 140개국을 대상으로 국가경쟁력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가 지난해와 같은 26위를 유지했다고 발표했다.
2007년 11위였던 우리의 국가경쟁력은 이후 줄곧 하락해 지난해 26위까지 떨어졌는데 올해도 반등에 실패한 것이다. 국가경쟁력이 약화했다는 것은 성장잠재력이 줄어선진국 진입이 더욱 멀어졌음을 의미한다.
‘다보스 포럼’으로 잘 알려진 WEF는 기업가 중심의 행사이다. 국가경쟁력 조사도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적으로 공인된 기관의 통계 30%, 기업 최고경영자(CEO) 설문지표 70%로 이뤄진다. 따라서 이번 조사의 객관성을 충분히 담보할 수는 없지만 한편으로 보면 다른 집단보다 실물경제에 대한 안목이 뛰어난 기업가의 눈으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평가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국가경쟁력 조사는 기본요인, 효율성증진, 기업혁신 등 3대 항목과 12개 중간 항목, 114개 세부 항목으로 이뤄지는데 이 가운데 중간 항목을 보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분야는 금융시장 성숙도, 노동시장 효율성, 제도요인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국가경쟁력 순위 발표와 관련해 정부는 4대 부문 구조개혁, 그중에서도 금융과 노동 분야의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두 분야가 유독 낮은 점수를 받았으니 당연하고도 시급한 일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좀 더 큰 틀에서 근본적인 국가경쟁력 향상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경제 정의를 세우는 것도 그중 하나이다. 일례로 수년 전 정부는 우리나라를 아시아의 신흥 금융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야심 차게 추진했지만 지금은 흐지부지됐다. 노동 분야가 낮은 점수를 받은 것도 마찬가지다. 일부 노동계의 과도한 욕심과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 탓도 있지만 그 건너편에는대기업 지배구조의 전근대성과 경영의 불투명성이 자리잡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비교적 상위권이라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주요 경제 주체가 작은 이익을 버리고 국가 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양보를 위해서는 각 주체 간의 신뢰가 중요하다. 최근 노동시장 개편에 관한 노사정 합의가 국가경쟁력의 토대인 사회적 자산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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