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윈산 방북이후 한반도 주변 정세 주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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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윈산 방북이후 한반도 주변 정세 주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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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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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 류윈산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이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하기로 한 것은 요동치는 한반도 주변정세에 비춰볼 때 그 파장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서열 5위로 당의 선전과 이데올로기를 총괄하는 류 서기는 경제를 총괄하는 리커창 총리(서열 2위), 부패척결을 담당하는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서열 6위)와 함께 시진핑 체제의 ‘삼두마차’로 불린다. 이른바 중국 공산당의 실세 중 실세인 셈이다.
 중국 최고지도부인 7인 상무위원의 일원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2010년 이후 5년 만의 일로, 시진핑 체제 들어서는 처음이라고 한다. 삐걱거림을 넘어 얼어붙어 있는 작금의 북·중 관계를 고려할 때 ‘파격’이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중국은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 대표를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냉각된 북중 관계를 보여주는 최근의 사례만도 즐비했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수립 67년을 맞아 보낸 시 주석의 축전은 노동신문 2면에 실렸다. 러시아나 쿠바 최고 지도자의 축전은 1면에 실렸는데도 말이다. 신중국 건립 66주년(10월 1일)을 맞아 보낸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축전은 달랑 두 문장이었다. ‘혈맹’이라는 말도 없었고, 심지어 상투적인 ‘조중 친선협조’라는 단어도 사라졌다. 심지어 한 성명에서는 중국을 ‘외세’로 칭하기도 했다.
 단기간에는 회복이 어려울듯하던 북중 관계가 전격적인 류윈산 방북을 계기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현재로선 섣불리 예상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최소한 당 창건기념일을 전후한 북한의 로켓 발사 가능성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잇따른 도발 시사 발언에도 로켓 발사 징후가 포착되지 않았던 것 역시 북중 간 물밑 협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시 주석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유엔 결의안’까지 거론하며 로켓 발사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상황에서 최고지도부의 일원을 북한에 파견키로 한 것은 최소한 북측으로부터 로켓 발사 유보 약속만큼은 받아낸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북한이 중국의 요구만 들어주었을 리는 만무하다. 그 대가로 북한이 무엇을 얻었는지가 중요하다. 우리 정부가 류윈산 방북을 전후로 한 한반도 주변정세의 변화를 예의 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냉각된 북중관계가 개선되는 것은 우리에게 나쁜 일은 아니다. 그동안 한국이나미국 정부는 북핵문제에서 중국의 지렛대 역할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북중 관계 악화로 중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북중 관계 개선으로 중국이 북핵 개발을 억제하고 북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다면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북중 관계는 단지 양국간 외교문제 차원이 아니라는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중국이 갑작스레 북중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찾는 것은 미중 간 동북아 패권 경쟁과깊이 맞물려 있다고 봐야 한다.
 미일 군사 동맹 강화와 남중국해 분쟁에서의 미국의 강공 압박으로 수세에 몰려 있는 중국 입장에서 북한의 전략적·지정학적 가치는 외면하기 어렵다.
 아무리 껄끄럽고 말이 통하지 않는 북한일지라도 그들을 끌어안지 않고서는 대미 전략의 큰 그림을 그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 경사’라는 지적을 받을만큼 한중 관계에 무게를 실어왔던 우리 정부다.
 북중 관계가 예상보다 급속히 개선될 경우 한국 정부는 한미일 안보 공조와 한중 관계 사이에서 지금까지 맞닥뜨리지 않았던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외통수로 몰리기 전에 그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큰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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