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입대 아들이 보낸 소포 국군의 날에 받아든 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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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입대 아들이 보낸 소포 국군의 날에 받아든 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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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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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목 대가대 번역학전공 교수
[경북도민일보] 10월 1일 국군의 날, 때마침 이 날 사병으로 입대한 아들의 소포가 왔다. 땀냄새가 베인 옷이 담긴 박스를 받아드니 마음이 착잡했다. 순간 26년 전의 기억의 편린이 떠올랐다. 26년 전 필자가 입대하면서 싸서 보낸 소포를 받아든 부모님의 마음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아니, 이 나라 모든 부모의 마음은 마찬가지이리다.
 아들이 군입대하던 날, 훈련소에 가까워지면서 혹 주책없이 눈물이라도 찔끔 나와서 아들의 마음을 약하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에 선글라스를 꼈었다. 아들이 집합한 연병장은 26년 전 내가 훈련받던 그 연병장이었다. 저 멀리 식당이 보였다. 필자는 공군학사장교로 입대했는데 장교후보생 과정이라 훈련기간이 길었다. 약 5개월간 짬밥을 먹은 곳이었다. 그 식당에서는 특별내무교육 기간 내내 그리고 그 이후 식사 시간에, 주로 한 가지 음악만 들려줬다. ‘When Johnny comes marching home’라는 미국의 행진곡.
 웃기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파블로프의 조건반사란 개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반복적으로 종소리를 울려주고 먹이주고, 종소리를 울려주고 먹이주다가 나중에는 종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린다는 것을 말한다. 임관 후 시간이 지난 뒤 훈련기간 동안 식사시간마다 들은 그 행진곡을 듣고서는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에 나오는 실험실 개처럼 침을 흘렸다는 동기생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파블로프의 실험실의 개가 되도록 실험실 역할을 한 그 식당이 저 너머 보이니 아들의 군입대와 세월의 무상함으로 만감이 교차했다.
 군대에 간다는 말의 의미는 3년간의 단절과 사회로부터의 분리를 의미했다. 3년이라는 의미는 컸다. 그런데 요즘은 군복무 기간이 많이 단축돼 2년 미만이다. 김민우의 노래 ‘입영 열차 안에서’에는 “3년이라는 시간동안 그대 나를 잊을까”라는 가사도 나오지만 이제는 군복무도 3년이 아니라 2년으로 가사를 바꿔야 할 것 같다. 요즘과 같은 디지털, 광속의 시대에 3년이든, 2년이든 사회로부터의 단절은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퇴보를 의미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시간이 헛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사실 남자들에게는 군대는 많은 것을 경험하도록 하고 진로에도 영향을 끼친다. 친한 선배 한 명은 법대를 졸업했다. 그런데 육군사병으로 군복무를 하면서 기계 쪽의 일을 했다. 제대 후 기계 분야에서 근무하다 지금은 잘 나가는 기계제작공장 사장이다. 필자와 호형호제하는 교수 한 분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국비로 운영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했는데, 특수고등학교에서 장학혜택을 받다 보니 군복무기간과 합해서 오랜 기간 군복무를 해야 했다. 그 분은 군대의 특기와 대학전공이 일치했는데, 신념과 의지로 학사, 석사, 박사과정을 다 마치고 전공분야에서 탁월한 학자가 됐다.
 필자는 전공이 영어영문학이었는데 한국공군과 미7공군이 합동으로 운영하는 부대에서 작전과 통역을 수행하면서 영어의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군복무 시의 경험이 모든 군필자들에게 도움이 됐고 즐거운 기억을 선사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제대한 쪽을 향해서는 XX도 안 눈다고 한다는 이도 많다.
 우리 군대는 직면한 과제가 많다. 그 무엇보다도 군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신세대 장병들의 사고(思考)와 군복무의 조화라고 생각된다. 신세대의 사고방식은 이전 세대보다 개인주의 성향이 짙다. 그렇기 때문에 군생활에 대한 강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필자는 첫째, 군복무가산점을 부여해야 한다. 군가산점제도에 대해 말이 많지만 초등학생 용돈수준의 급여만으론 안된다. 분명히 군복무에 대한 가산점은 부여돼야 한다.
 둘째, 군 장병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개인공간이 확보돼야 하며 셋째, 국가직무능력표준과 특기, 병과(兵科)의 연계를 제안한다. 국가직무능력표준과 주특기의 연계로서 국가직무능력표준을 군 현장에서의 직무수행과 접목하는 것이다. 군복무에 필요한 지식, 기술, 소양같은 내용에 기술병들이 주로 해당되겠지만, 일반장병들의 직무도 포함하여 이를 잘 조정, 분석해서 국가직무능력표준에 근거한 일반 및 특기교육을 수행하고 각종 자격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보태자면, 사병이든 부사관이든 장교든 훈련수료식이나 임관식에 부모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제도를 마련하면 어떨까 한다.
 청춘의 소중한 시간, 그 2년이 헛되이 흐르지 않도록 청춘 그 자신도, 국가도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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