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 사망, 각박한 사회가 빚은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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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맘 사망, 각박한 사회가 빚은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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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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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용인의 한 아파트단지 화단에서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이른바 ‘캣맘’이 아파트 상층부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목숨을 잃은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의도적인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피해자인 박모(55·여)씨는 고양이 집을 만들던 중 시멘트 벽돌에 머리를 맞아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중 숨졌고 함께 있던 또 다른 박모(29)씨도 상처를 입었다. 두 사람은 인터넷 고양이 동호회 회원으로 이 아파트 단지에 함께 사는 주민이다.
 경찰은 사고가 난 지점과 아파트 벽면과의 거리가 7m에 달한다는 점에서 바람이나 진동에 의해 벽돌이 자연적으로 낙하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고의로 벽돌을 던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캣맘에 대한 혐오 범죄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추정이 맞다면 이번 사건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해당한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가 자기 맘에 들지않는다고 남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범죄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사건이 나자 인터넷상에서 캣맘의 행위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캣맘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사람이든 고양이든 생명이 귀중한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이고,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불쌍하다고 밥을 주면 개체 수만 늘어나 결국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캣맘이 고양이 수를 늘린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됐을 가능성이 크다.

 애완용 개와는 달리 독립성이 강한 고양이는 주인을 잃거나 버림받더라도 뛰어난 생존력을 발휘한다. 캣맘이 밥을 주면 오히려 고양이들이 쓰레기통을 잘 뒤지지 않아 생활환경 피해가 줄어든다고 한다.
 실제로 2013년 전국 최초로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해 운영하는 강동구의 경우 길고양이와 관련한 민원이 크게 줄었다. 밥 먹으러 오는 고양이를 붙잡아 진행하는 중성화 사업도 병행해 큰 효과를 봤다.
 중성화수술(TNR)은 길고양이의 개체 수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이고, 국제적으로 공인된 방법이다. 과거 일부 지자체가 길고양이를 포획해 살처분했지만 얼마 안 돼 개체 수가 더 많아졌고 그 사이 쥐들의 개체 수만 늘어나 전선을 갉아먹는 등 부작용이 컸다고 한다.
 캣맘과 동물보호단체 중에서는 사비나 성금으로 길고양이 중성화수술을 하는 경우도 많다. 정부나 지자체가 이번 기회에 강동구의 사례를 참고해 사람과 길고양이가 더불어 살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봤으면 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핵심은 캣맘 활동의 정당성 문제가 아니라 관용과 배려의 실종이다. 우리 사회에는 캣맘 말고도 수많은 주제에 관한 다양한 견해가 뒤섞여 있다. 의견이 다르다고 문제를 폭력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우리 공동체는 어떻게 되겠는가.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폭력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 너무 자주 표출된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지나친 경쟁에 내몰리고, 한번 경쟁에서 뒤처지면 도태된다는 경험이 쌓이면 한 발짝 물러서서 역지사지하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다.
 나와 다른 생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거나 대화로 타협점을 찾지 않고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각박한 사회는 미래가 없다. 남과 좀 다른 생각이 과도하게 억압받으면 구성원들은 사고의 지평을 넓힐 수 없고 결국 선진국 진입에 꼭 필요한 창조와 혁신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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