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기기관차는 1967년 8월 31일까지 줄곧 운행되다가 이 날을 끝으로 본선(本線)에서 완전 퇴출되었다. 디젤기관차에 그 역할을 넘긴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나이가 어려도 증기기관차의 상을 대부분 기억하고 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문구로 유명한, 휴전선 부근 경의선 월정리역(지금의 신탄리역) 풀섶에 나뒹굴어 있는 증기기관차 사진 때문이다. 전장에서 스러져간 어느 무명용사의 형해처럼 비극의 증언과도 같은 그 한 컷의 `기차불통’ 사진 말이다.
반세기도 넘게 `달리고 싶다’며 국민들의 눈길을 끌어온 사진 속의 바로 그 철마는 아니지만, 철마는 마침내 달렸다. 어제 경의선과 동해선 두 노선의 일부 구간을 휴전선을 넘어 오가는 남북간 열차 시험운행이 곡절 끝에 성공적으로 실현된 것이다. 일회성 이벤트가 되고 말 것인지, 남북간 철로길이 완전히 이어지는 화해의 시발이 될지 모르지만 기념비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토록 달리고 싶어한 철마가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힘찬 기적소리를 내며 달렸으니 이제 내친 김에 통일의 길도 뚫려야할 차례다. 증기기관차가 70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퇴출되면서도 그 흔적을 휴전선 앞에 멈춰두고 이쪽 저쪽으로 오가기를 간구(懇求)한 끝에 마침내 원이 풀렸듯 7천만 민족이 그토록 염원하는 통일도 어서 이뤄졌으면 좋겠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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