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새로운 10년의 버킷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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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새로운 10년의 버킷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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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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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옥 위덕대 성인학습지원처장
[경북도민일보]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TV를 비롯한 온갖 매스컴에서는 2015년 한 해를 결산하느라 분주하다. 결산을 하게 되면 이런저런 공과가 있기 마련이다. 마무리할 시점이면 잘 된 일보다는 미처 이루지 못한 일, 성에 차지 않아 회한으로 남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다. 나도 올해를 매듭지어 봐야겠지 생각하자 한해의 결산보다는 지난 10년의 결산을 해야 할 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년이면 내 나이 60살, 새로운 갑년의 순환이 시작되는 해를 맞게 된 때문이다.
 10년전 이즈음이 떠오른다. 50살로 처음 진입하던 해 몇 달을 번민으로 지냈다. 내 평생 우울감을 심각하게 느낀 적은 그즈음이 처음 아닐까 할 정도였다. 벌써 50살이라니…. 하기 쉬운 말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그렇지만은 아니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40대까지는 하던 일에 재미를 붙여 나날이 새롭고 다달이 신나는 시절이었다. 정말 나이를 잊고 살았다. 직장에서도 신명나게 일했고, 하는 일마다 성과를 냈다. 개인적으로도 하는 일이 만족스러웠다. 연구성과도 자부할 정도는 되었다. 영원히 49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막상 50살이구나 하는 순간, 인생그래프의 정점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강하게 스쳤다. 동시에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준비해야하는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동시에 엄습했다. 나이를 감추는 스타일이 절대 아니었는데 누군가 나이를 물으면 밝히고 싶지 않기 시작했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시작한 개인적인 우울감은 의외로 길었다. 봄이 다 되어도 사라지지 않던 깊은 좌절감은 헤어나기 힘들 정도로 깊었다.
 그러던 어느 봄날, 우연히 들은 라디오에서 따뜻한 햇살이 쫘악 비치는 것 같은 해답을 얻었다. 당시 96세였던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 한마디였다. “내 인생의 황금기는 60부터 지금까지입니다.”
 2005년 11월에 별세한 피터 드러커, 그가 사망하기 6개월 전 인터뷰에서 그가 한 이 말에 나는 망치로 단단하게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50에 들어서 남 먼저 조로한듯한 나의 생각을 한 방에 날린 그의 그 한 마디….
 그리고 그는 그 해 11월에 세상을 떠났다. 죽을 때까지 인생의 황금기라면 그는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산 것인가.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계획은 즉각적으로 열심히 수행되지 않으면 그저 좋은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
 겨우 나이 50을 가지고 인생의 내리막길이라고 절망하다니…. 아직 난 인생의 황금기를 맞이할 나이도 안된 걸. 이제 50대의 계획을 먼저 마련해 보자 결심하면서 50대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즉각적으로 수행할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10년 내에 해야 할 과업으로 아이들의 결혼을 첫 번째로 넣었다. 학교에도 지역사회에도 지금보다 더 큰 업적과 성과를 내고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들이 꽤 많았다.
 이제 10년을 되돌아본다. 계획대로 나의 두 아들들은 내 뜻에 맞춘 듯이 결혼을 해 주었고 그 중 세상에 둘도 없는 예쁜 손녀도 선물같이 얻었고 또 내년이면 두 번째 손주를 볼 수 있을 것이니 50대의 인생의 기쁨을 남 못잖게 누렸다. 전부터 공들였던 정부 지원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하여 나름의 성과를 얻었다. 무엇보다도 고마운 것은 지역사회에서 의미있는 봉사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었다. 느닷없었던 기회는 아니었기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였고 즐겼기에 하는 일마다 성취감을 맛보았다.
 시련과 고난도 계획을 잡을 수 있고 예측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전혀 예상치 못한 시련도 있었다. 시련은 느닷없이 닥쳤다. 조직과 사람에 의한 배신은 좌절과 절망의 나락으로 나를 내동댕이쳤고 못 견딜 것 같은 고통은 뼛속까지 아렸다. 그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은 채 내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있어 순간순간 나를 슬프게 한다. 마음의 병은 몸의 건강도 해칠 정도였으며 참으로 심한 고통으로 인한 어리석음은 판단력을 상실할 정도였다. 돌이켜보면 위태로운 파도 타듯 오르락내리락 넘어왔던 10년이 마치 1년이듯 하다. 그러나 잘도 벼텼기에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세월이었다.
 이제 나는 다시 10년을 경영할 버킷리스트를 작성해야한다. 60살, 생각하는 것마다 원만하게 이해할 줄 아는 이순(耳順)의 나이에 맞는 현명한 희망목록을 작성해야겠다. 그 계획 속엔 지난 10년의 경험을 거울삼아, 예상할 수 있는 리스크도 반드시 넣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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