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날에 비쳐진 정부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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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날에 비쳐진 정부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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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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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鎬 壽 / 편집국장
 
  열두번째 전국 바다의 날 행사가 31일 포항 영일만항 연안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한 해양수산계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바다를 살리고 세계 5대 해양강국 도약의 의지가 담긴 기원 합수식을 가졌다. 행사에 앞서 포항지방해양수산청과 포항해양경찰서 등 관련기관은 포항해병1사단 수색대대 요원과 민간 다이버까지 1000여 명을 동원,항만 컨부두 일대에 투기된 140곘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대대적인 바다 정화활동을 벌였다. 바다의 날을 기념해 1회성 반짝 행사를 펼쳤다. 그러나 한켠에서는 분뇨,축산폐수,하수슬러지 등 각종 오물의 해상투기가 수년째 정부 허가로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청정 동해가 정부 주도로 `쓰레기장’화 되고 있는 현실이다. 바다의 날에 비쳐진 정부의 두 모습이다. 환경보존을 위해 주부들은 정부 시책을 쫓아 음식쓰레기를 따로 골라낸 지도 2년이 넘었다.
 이렇게 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 딱 한 군데다. 번거로운 일이지만 주부들은 환경정화운동에 잘 협조해주고 있다. 그런데 주부들이 애써 분리배출한 음식쓰레기의 상당량이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그럴 거면 뭣 하러 분리수거를 시키나. 음식쓰레기엔 수분이 83% 들어 있다. 처리시설에서 퇴비나 사료를 만들 때 악성 폐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 폐수를 수거업자들이 포항과 울산 등지 폐기물 하역부두로 가져가서 운반선을 이용해 바다에 뿌리고 있다. 축산폐수도 바다에 갖다 버린다.
 원래 이럴계획이었던 건 아니다. 환경부나 농림부에서 그동안 축산폐수처리시설을 짓자고 1조5000억원을 써왔다. 하지만 시설의 설계하자 등으로 의도했던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자 정부가 축산폐수를 바다에 버릴 수 있게 해줬다. 2002년부터 해양투기업자에게 폐수처리를 맡기는 축산농가엔 배출시설 투자를 면제해준 것이다. 동해에 허가된 해양투기장은 포항 동쪽 125㎞지점 `병(丙)해역’과 울산 남동쪽 63㎞지점의 `동해 정해역’등 두 곳. 그리고 군산 서쪽 200㎞지점 `서해 병해역’ 등이다. 3곳 해역에 투기되는 축산폐수와 분뇨,음식물쓰레기 등 각종 쓰레기 투기량을 연도별로 보면 1988년 55만곘에서 2004년 975만곘,2005년엔 993만곘,그리고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진 2006년에는 882만곘으로 해마다 급증추세다. 특히 이같은 투기물량의 70%가 동해바다 `포항 병해역’에 버려진다.
 경북 도내 22곳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나오는 하루 294곘의 슬러지도 전량 `포항 병해역’에 투기되고 있다. 특히 동해 투기장은 서해와는 달리 총량 규제가 없다. 이바람에 전국 하수종말처리장의 슬러지가 동해로 쏟아지면서 동해바다가 사해(死海)화되고 있다. 하수찌꺼기를 매립하면 곘당 3만7000원,소각하면 4만4000원이 드는데 바다에 버리면 1만4000원밖에 안 든다. 그 하수찌꺼기엔 세상에 알려진 모든 유해물질이 들어 있다.
 런던협약이라는 게 있다.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는 국가간 약속으로 1972년 체결됐다. 우리나라도 1993년 가입했다. 황당한 건 런던협약에 가입하면서 해양투기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점이다. 정부는 런던협약 가입 다음해(1994년)에 환경이 중요하다며 환경처를 환경부로 승격시켰고,1996년 바다관리를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고 해양수산부를 발족시켰다. 런던협약에 가입하고 환경부처를 승격시키고 해양수산부를 만든 것이 대놓고 바다에 슬러지를 버리자고 한 일인 것처럼 보인다. 정부 차원의 조직적인 `바다 죽이기’가 벌어진 것이다. 설마 우리만 이러겠나 싶은 생각에 해양 전문가에게 `중국은 어떠냐’고 물어봤다. 중국은 안 버린다는 것이다. 강이나 해안을 통해 서해로 폐수를 흘려보내고는 있지만 우리처럼 오물을 배에 실어 바다에 뿌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인공위성으로 바다를 찍으면 동해의 투기 해역이 부옇게 썩어 들어간 모습이 잡힌다.다른 나라에서도 인공위성으로 그걸 보고 있을 것이다. 바다가 무한한 것 같아 보여도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바다는 유독물질이 농축돼 사람에게 전달되는 길목 역할을 한다. 유독물질이 플랑크톤을 오염시키고,그 플랑크톤을 작은 고기가 먹고,작은 고기는 큰물고기가 먹는다. 이 과정을 거쳐서 유독물질은 고기 몸 속에 바닷물 농도의 수만 배까지 농축된다. 해산물을 많이 먹는 일본 사람들 몸에서 수은 같은 독성물질이 많이 검출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한국인은 일본 사람 다음으로 회(바다고기)를 좋아한다. 결국 우리는 우리밥상에 오물을 뿌려대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바다의 날 행사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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