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함께 만나는 소설 ‘순정’
  • 이경관기자
영화와 함께 만나는 소설 ‘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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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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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 작가 경장편소설 원작… 실감나는 뭉클한 감동 자아내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풀잎새 따다가 엮었어요. 예쁜 꽃송이도 넣었구요. 그대 노을빛에 머리 곱게 물들면. 예쁜 꽃모자 씌워주고파”(예민 ‘어느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 중)
 예쁜 꽃모자를 선물하고픈 산골 소년의 순수한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아 슬프지만, 그 시절의 풋풋함이 있어 아름다움이 있다.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순정’은 극본을 쓴 한창훈 작가가 자신의 단편 ‘저 먼 과거속의 소녀’를 모티브로 완성한 경장편소설 ‘순정’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 ‘순정’은 뭍으로 유학을 떠났던 친구들이 방학을 맞아 고향 섬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수선화 같은 소녀가 있었습니다. 붉은 노을이 소녀의 긴 머리카락 사이에서 부서지면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그해 봄 저와 친구들은 항구의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섬에 남아야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깊은 병을 앓아 잘 걷지를 못했죠. 중학교 졸업까지는 우리들이 업고 함께 학교를 다니다가 그렇게 떨어지게 된 것입니다. 항구에서 저는 고향 마을에 두고 온 그녀만 날마다 생각했습니다.”(24쪽)
 다리가 아픈 수옥은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섬에 남았지만 방학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오랜 친구들 덕분에 행복하다.
 그중 어려서부터 수옥의 다리가 돼 그녀를 업고 다니던 범실은 수옥을 끔찍이 생각하지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첫사랑의 열병을 앓는다. 아름다운 섬에서의 여름방학은 다섯 친구들과의 한바탕 소동과 무모한 치기와 청춘의 열정으로 깊어가다가 예기치 못한 사건에 부닥친다. 그날 이후, 다섯 친구들은 각자의 상처와 오해를 안고 뿔뿔이 흩어지고 만다. 그리고 23년 후, 어느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고, 흩어졌던 친구들을 다시 불러모은다.
 “태풍에 부서진 배가 있다면 그게 제 마음이었습니다. 날개를 잃고 추락하는 새가 있다면 그게 바로 저였습니다. 그날 저는 담 아래서 그녀를 부르지도 못하고 한없이 서 있기만 했습니다. 수옥의 사랑은 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녀 앞에서 저의 사랑은 아주 초라해지고 말았습니다. 빨갛게 달군 쇠꼬챙이로 생살을 찌르는 것보다 더 가슴이 아팠습니다. 밤새 눈물이 났습니다.”(146쪽)
 소설에 나오는 중요한 소재와 모티브는 대부분 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실감나고 가슴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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