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용기와 기운을 북돋워 일으키는 것을 일컫는 낱말 고취(鼓吹)는 한자 표기에서 알 수 있듯이 본디 ‘북을 치고 피리를 분다’는 뜻이다. 북을 두드리며 춤을 추는 것을 고무(鼓舞)라 하는데 역시 격려하여 기세를 돋운다는 의미다. ‘사기(士氣)를 고취하다’ ‘학구열열을 고취시키다’와 같이 쓰이는 고취는 북을 울리고 피리를 요란하게 불어 전쟁에 임하는 병사들의 사기를 일시에 드높이려 했던 데서 비롯된 말일 게다.
옛날 옛적에 전투에 임하는 군대는 적과 맞붙기 위해 진격할 때 북을 치고 나팔을 요란스레 불었다. 그 소리에 맞추어 병사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가슴속의 두려움을 누르고 싸움터를 향해 치달았던 것이다. 오늘날의 군악대도 알고 보면 병사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존재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학교의 악대부들이 타악기와 관악기 위주로 구성되는 것 또한 자기 학교에 대한 자긍심을 드높이기 위한 ‘고취’가 목적 아니겠는가.
고취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깊을 것이다. 신라 문무왕(재위 661~681)은 김유신이 별세하자 크게 슬퍼하며 비단 1000필과 조(租) 2000석, 군악의 고취(鼓吹) 100명을 장례식에 보냈다’라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있다고 한다. 그때 이미 나라에서 정식으로 고취대를 운영하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북을 치고 나팔을 부는 취타(吹打)는 무리의 사기진작과 자긍심을 높이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수단일 뿐 아니라 국가 길흉사와 사신 영접 등의 의식이나 중요 행사 때 동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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