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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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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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우

 저쯤이면 좋겠네
 빛나는 초록 비스듬한 등성이 아래로
 금빛 윤슬이 반짝이는 시냇물
 저 언덕배기 어디쯤,
 무거운 서류가방과
 족쇄 같은 휴대전화기를
 그대로 두고 내달리는 열차에서
 훌쩍 뛰어내려
 꾹꾹 눌러앉아 살았으면 좋겠네

 초록산천을 뛰노는 고라니같이
 풀숲에 우는 풀벌레같이
 흙에
 산야에
 흐벅지게 한번 살아봤음 좋겠네
 설레는 시간들을 펼쳐 놓고
 밭 갈고 씨 뿌리다 노을이 내리면
 절로 만종 속의 평화로운 얼굴이 되어
 감사의 기도를 거룩히 올리는…
 서열도 없고 비교 대상도 없는
 저 푸르름 속에 풀 뜯는 소같이
 느릿하게 한번 살아봤음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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