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진흥 대책, 긴 안목으로 추진해야
  • 연합뉴스
인공지능 진흥 대책, 긴 안목으로 추진해야
  • 연합뉴스
  • 승인 2016.03.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을 계기로관심이 고조된 인공지능 산업의 진흥을 위한 정부의 종합 대책이 발표됐다.
 미래창조과학부가 17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대책은 6개 국내 대기업이 참여하는 지능정보기술 연구소의 설립, 운영 방안을 담았다. 연구소는 언어지능, 시각지능, 공간지능, 감성지능, 요약·창작지능 등 5개 분야 소프트웨어 개발과 슈퍼컴퓨터, 신경칩, 뇌과학·뇌구조, 산업수학 등 기초학문 분야에 관해 연구를 주도하게 된다. 지능정보산업의 또 다른 축인 데이터 인프라 구축도 이 연구소를 중심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연구소는 참여 기업들이 30억원씩 출자해 상반기 중 연구인력 50명 안팎의 규모로 설립될 예정이다.
 정부는 연구소의 핵심 연구개발(R&D) 사업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한편 필요한 전문인력의 저변 확충, 지능정보산업 생태계 구축, 관련 분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지원 등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5년간 모두 1조원을 투자하고 민간에서도 같은 기간 2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인공지능이 새로운 산업혁명을 일으켜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우리도 더 늦기 전에 인공지능을 포함한 지능정보산업의 발전을 위해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에 마련된 대책은 명확한 전략이나 구체성이 결여돼 있어 인공지능이라는 ‘대세’에 편승하기 위해 급조된 느낌이 든다. 서로 관심 분야가 다른 전자, 통신, 자동차업체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연구소가 얼마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 해당 기업들이 흔쾌히 동참을 결정했는지도 의문이다.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서는 많은 자원이 소요되는 반면 당장 수익을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초기 단계에서 정부나 대기업의 지원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필요한 한 조건일 뿐 충분한 조건일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력과 열정을 갖춘 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다.
 이미 10대에 시뮬레이션 게임을 개발해 수맥만 개의 판매고를 올렸고 학업과 창업에서 번갈아가며 성공을 거두다 알파고 개발업체 딥마인드를 설립한 데미스 허사비스와 같은 창의적 인재야말로 인공지능 산업 발전에 필요불가결한 요소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경시 풍조와 재벌 계열 대기업 위주의 생태계로 인해 우수 인재들이 소프트웨어 산업 진출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소프트웨어는 물론 수학과 과학 등 관련 분야에서 끼와 열정을 지닌 인재가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대학 입시와 대학의 연구 시스템을 비롯해 교육 제도 전반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들이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창업 지원제도와 지식재산권 보호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딥마인드의 미래가치를 알아보고 거액을 들여 인수하면서도 창업자의 경영권도 보장해준 구글처럼 우리 대기업들도 잠재력 있는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일들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이 모여 몇 차례 회의를 개최하고 이런저런 ‘백화점식’의 대책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성과가 날 리도 없다. 정부는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을 갖기보다는 민간에서 추진할 수 없는 제도의 정비와 토양의 조성에 힘써주기 바란다. 연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