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이후, 우리 농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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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이후, 우리 농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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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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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수/편집국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된 이후 경북지역 지자체와 농업인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국이 뒤늦게 `딴죽’을 걸고 나왔는데,우리 농업인들의 입장에서는 재협상한다고 하여 유리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며칠전 FTA 보완책 토론회를 갖고 은퇴한 고령농에 10년간 생활안정비를 지급하는 등 농업 경쟁력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농업인들의 시름도 덜어줘야 하지만,농촌을 근본적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도시 과잉인구의 농촌 이주가 농촌을 살리며 도시도 살리는 길이 아닐까. 지난 주말 지리산골 경남 산청의 한 마을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조그마한 기업을 운영하던 `산 친구’가 외환위기 후폭풍을 맞아 주저앉고는,방황 끝에 이 마을에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농가 신축현장에서 일하다가 먼지 투성이 작업복 차림으로 달려나온 그의 모습에 일행들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가 거처하는 농가는 딴판이었다. 이 집의 위채는 입식 주방에 보일러 시설을 갖춘 현대식 가옥이었으며,아리채는 군불로 데우는 황토방이었다. 300평 가까운 마당에 이름난 덕산 곶감 감나무가 열병하듯 줄지어 섰고,갓 일군 텃밭은 한 가족 먹을거리로는 충분할 정도였다. 월세 10만원에 이 집을 빌렸다는데,마음씨 좋은 집주인은 감나무와 밤나무 과수 800평을 거저 내주었다고 한다. 이 마을은 벌꿀농사와 곶감 농사만으로 가구당 연소득이 5000만원에서 1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친구의 귀농이 성공적일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그의 산촌 정착의 용기는 부러웠다. 1600년 전 중국의 도연명은 “쌀 다섯 말(五斗米·적은 급여) 때문에 허리를 굽혀 소인을 섬길 수 없다”며 벼슬을 내던지고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었다. `자,돌아가자/고향 전원이 황폐해지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지금까지 고귀한 정신을 육신의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어찌 슬퍼하며 서러워만 할 것인가’. 그는 죽을 때까지 20여년 동안 가난과 벗했지만,자족(自足)했다. 20세기 미국의 스콧 니어링,헬렌 니어링 부부도 상류층의 안락함과 사회적 지위를 모두 버리고 `자발적 가난’을 택했다. 그들은 각각 100세 넘게까지 버몬트 숲 속에서 살았다. `해 뜨면 일하러 가고/해 지면 쉴 곳을 찾네/목을 축이는 우물을 파고/먹을 걸 주는 땅을 일구며/거둔 것을 나누네/왕도 부럽지 않네’라는 헬렌의 글귀처럼 그들의 삶은 자연과의 조화 그 자체였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귀농학교마다 예약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외환 위기 직후엔 농촌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생계형 귀농이,2~3년 전부터는 자연친화적 삶을 지향하는 웰빙형 귀농이 늘어나고 있다. 평균 수명은 늘어나는데 퇴직시기는 앞당겨져 은퇴 이후의 삶이 큰 걱정거리가 된 것도 `귀농 열풍’의 요인이다. 주5일 근무제도가 확산되면서 전원 생활의 유혹도 더욱 커졌다. 지난해 농림부가 서울과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56.3%가 은퇴 후 농촌으로 이주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실지로 1996년부터 2005년까지 2만여 가구가 귀농행렬에 올랐다.
 그런데 농촌에 터박고 뿌리내린 가구는 30% 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농촌생활이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시인의 농촌 이주는 도시의 과밀화를 완화시키고,공동화된 농촌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 젊은이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해주고,은퇴한 도시 노인들에게는 복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자면 지금 이대로는 곤란하다. 농촌의 생활불편을 해소하고,일정한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일거리가 마련돼야 한다. 정부는 2006년에만 국고 260억원을 들여 전국 55개 지역에서 전원마을 사업을 펼치는 중이다. 지자체나 개인 동호회가 20가구 이상의 전원마을을 만들 경우 도로,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성과가 어떨지는 알 수 없으나,시대 변화에 알맞는 방향이다. 교육과 의료,문화시설의 확충 등 소프트웨어 지원도 아쉽다. 일정 수준의 소득 보장도 관건이다.
 인구 증가 운동을 펼치는 각 시·군이 도시인의 농촌 생활 길잡이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야 한다. 귀농자 지원 조례를 제정한 전남 강진군이 모범사례다.
 강진군은 농업시설에 3천만원을 지원하고, 귀농자에게 치료비 50%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도연명 같은 `고수(高手)’나 니어링 부부 같은 생태주의자는 아무나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농업 보호 위주인 농정이 도시 인구 유입을 통한 농촌 활성화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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