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화장실’
  • 김용언
‘윤동주 화장실’
  • 김용언
  • 승인 2016.04.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옛날엔 또 잘사는 집에는 꼭 사랑방을 두었다. 저녁이면 밤참도 주어야 하고 온갖 궂은 서리 뒤치다꺼리도 해야 하지만 그 사랑방에 모여 저녁 내내 싼 똥과 오줌이야말로 어떤 궂은 일도 다 추리도록 할 수 있을 만큼 귀한 천연비료 였던 것이다.” <김용택/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똥거름장수’가 사라진지는 그리 오래지 않다. 이른바 ‘푸세식’ 뒷간을 쳐내어 농가에 거름으로 팔아 이문을 남기는 사람이었다. 소득원인 뒷간이 수세식으로 고급화되어 집안에 자리를 잡아가면서 사라진 직업이기도 하다. 농가엔 천연비료, 그에겐  소득원이었지만 그 값어치는 헐값이게 마련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인분 분해 실험실을 조성 중이라고 한다. 대변을 말려서 가루로 만든 것을 미생물의 힘을 빌려 분해하는 시설이다. 완전 분해된 인분은 메탄가스·이산화탄소·바이오디젤로 변신하게 된다. 메탄가스는 난방연료로, 이산화탄소는 미세조류를 살찌게 해 짜낸 지방을 바이오디젤로 만든다. 차량연료로 쓸 수 있다. 한마디로 똥이 에너지가 되고 돈이 된다는 발상이다. 화폐의 ‘똥본위제도’ 시험이 궁극 목적이라고 한다. 실험실 이름은 ‘윤동주 화장실’이다. 환경 오염 없이 돈이 되니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란 설명이라고 보도됐다.

 한마디로 자원 빈국인 우리가 인분을 원료로 에너지를 만들겠다고 나섰다는 얘기다. 그 실험실을 짓는 데 3억원을 들였다.  다음달엔 공개한다니 거의 완공되어가는 모양이다. ‘금값’의 반대말은 ‘똥값’이다. 언젠가는 국어사전의 뜻풀이를 바꿔 써야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렇게 된다면 좋겠다. 그 무렵이면 천대 받아온 똥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자리를 굳히고 나라곳간을 채우는데도 한몫을 할 테니까.
 

<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