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환경미화원
  • 김용언
대졸 환경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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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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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명배우 게리쿠퍼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다. 그런 그도 한때는 무대 뒤에서 주연배우를 위해 대사를 읽어주는 무보수 수습 노릇을 했다고 한다. 어느 날 그는 엉뚱한 대사를 읽어주어 공연을 망칠뻔한 실수를 저질렀다. 노발대발한 감독은 그의 감봉을 지시한다. 그러나 무보수 수습생이란 보고를 받자 주급 10실링을 주고 5실링을 깎도록 조치했다. 그는 이렇게 해서 첫 주급을 받게 됐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6명을 뽑는 상주시 환경미화원 공채 경쟁률이 18대 1을 기록했다. 높은 경쟁률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응시원서를 낸 109명 가운데 대졸이상이 69명이란 사실이다. 전체 지원자의 63%다. 주소지가  상주인 사람으로 응시자격을 제한했는데도 이렇게 많다고 한다. 지난해엔 지원자 94명중 55명이 대졸이었다. 합격자 11명 중 8명이 대졸이었다.

 젊은이들의 취업난이 얼마나 극심한지 한눈에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몇 년 전 포항에서는 박사학위 소지자가 환경미화원에 지원했다가 낙방한 일이 있었다. 물리학 박사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에겐 모래주머니를 메고 달리기가 힘에 부쳤던 것 같다. 공부만 하던 사람이어서 체력관리를 제대로 못한 모양이었다. 환경미화원의 업무 수행에 물리학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니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쓴잔을 마실 수밖에 없다. 이제는 공무원의 급여가 박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최하위직인 9급 지방직 초임이라도 연간 2600만원을 웃돈다. 기본급말고도 급식비,수당, 휴가비 같은 것들을 받는다. 웬만한 중소기업보다도 대우가 낫다. 요즘 정부서울청사에 침입해 합격자 명단을 멋대로 조작한 7급공무원 응시자가 뉴스의 인물이 되고 있다. 공무원의 인기도를 실감할 수 있는 사건이다. 고향인 상주에서 안정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미화원은 매력 있는 직업일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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