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곳간
  • 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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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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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결딴’은 “일이나 사물이 아주 망그러져 희망이 없게 된 상태”라고 국어사전에 풀이돼 있다. ‘결딴을 내다’라거나 ‘결딴이 나다’는 표현법을 쓴다. 김영주의 ‘객주’에 이런 표현법이 나온다. 심훈이 쓴  ‘영원의 미소’에도 그런 대목이 있다. “우리가 한숨을 쉬고 눈물을 흘리고 낙심을 하는 날은 우리가 정말 결딴이 나는 날이에요. 다시 소생할 수 없이 멸망의 함정으로 빠지고 말 뿐이에요.”
 ‘거덜나다’도 그와 비슷한 처지다. 사전엔 “살림이나 무슨 일이 흔들리어 결딴나다”는 뜻풀이가 실려있다. 때아닌 우박이 쏟아져 내려 채소밭 농사가 결딴나버리면 농민은 억장이 무너진다. 가을걷이로 꽉 채웠던 곳간이 창고털이로 거덜나버리면 텅 빈 공간을 채울 것은 한숨뿐이다.

 느닷없이 낱말타령을 늘어놓게 된 것은 어제(12일) 경북도민일보를 읽은 때문일 게다. 기사는 영주시의 예산이 너무 적어 금고가 바닥을 드러내기 십상이라는 내용이다. 영주시의 올해 예산은 5555억원이다. 이는 경북도내 10개 시 가운데 꼴찌 수준이라고 한다. 실제로 영주 11만명보다 인구가 적은 지자체가 되레 예산은 더 많다. 예컨대 상주는 예산이 6258억원이고, 영천은 6232억원이다. 영주시의 예산이 5000억원대로 올라선 것도 2013년부터다. 그러니 몇 년 째 엇비슷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지자체 공무원들 조차도 “믿기 어렵다”고 놀라워한다고 한다.
 물론 예산 편성엔 기준과 원칙이 있다. 그렇다 해도 팀플레이는 절실하다. 사업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밀어붙이자면 지자체와 정치권의 ‘하이 파이브’가 필요하다는 소리다. 예산 관련 기사만 보면 생각나는 게 있다. “몇 조원이 들어갈 사업 아이디어를 한번 내놔 보세요. 호남처럼요.” 몇 년 전 중앙부처 공무원이 경북 공무원에게 답답하다는 듯 권고하더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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