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옛 보릿고개 같은 그런 고통의 가정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보릿고개 밑 그 서러운 절대 허기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국민소득 2만불을 운위하고, 세계 10위권의 잘사는 나라임을 자부하며, 양극화를 탄식하고 마음 따뜻한 민생복지를 외치는 2007년 초여름, 오늘에도 쌀이 없어 남몰래 배고픈 사람들은 곳곳에 존재한다.
보릿고개란 말이 막 사라지기 시작한 60년대 초, 절미(節米)운동이란 게 있었다. 새마을운동의 하나로 새마을부녀회가 주축이 되어 집집마다 부뚜막에 작은 옹기항아리를 놓아두고 밥지을 때마다 주부들이 쌀 한 움큼씩을 아꼈던 것이다. 그때 주부들은 그렇게 아낀 쌀을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이웃과 나누기 위해 기꺼이 내놓았다.
그 `새마을’이 다시 베품의 쌀독을 되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도내 새마을운동영양군지회가 오늘부터 영양읍 사무소와 석보면 사무소에 `사랑의 쌀독’을 설치, 운용에 들어갔다. 쌀이 필요한 이웃들이 언제든지 필요한 만큼 가져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쌀독은 관심 있는 이웃들의 따뜻한 손길로 채워질 것이라 한다. 옛날처럼 부뚜막의 절미 항아리는 아니지만 이 사랑의 쌀독 역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도록 실천하는 참사랑이 아닐까 한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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