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는 ‘정권’ 아닌 ‘공천심판’ 때문?
  • 한동윤
‘여소야대’는 ‘정권’ 아닌 ‘공천심판’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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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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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가 4·13 선거가 끝나자마자 ‘이명박근혜 8년 적폐 청문회’를 주장하고 나왔을 때 야당을 지지한 유권자 모두가 박수쳤을까? ‘여소야대가 됐으니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을 망신주겠다는 그의 주장에 동조한 야성향 유권자는 얼마나 될까?
 천 공동대표 주장이 나오자 마자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우리가 무슨 혁명군이라도 되는 줄 아느냐”고 힐난했다. “국민의당이 완장을 찬 것처럼 착각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민생 문제에 최우선을 둬야 한다”는 그의 충고가 따끔하다. ‘목포 천재’로 법무장관까지 지낸 천 공동대표의 표정이 궁금하다.
 안철수 대표도 기자들과 마난 “민생 현안부터 처리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안 대표 측근은 “우리 당이 38석을 얻은 건 여권 성향의 보수 지지층 표까지 가져왔기 때문인데 기존 야당이 하던 식으로 공식 메시지가 나가면 곤란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조차 “(청문회는) 우리도 중도층 눈치 보느라 함부로 입에 올리지 못하는 것들”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천 대표의 ‘이명박근혜 청문회’ 주장은 그의 멘탈이 어디에 와있는지 말해주는 척도다.
 천 대표의 ‘이명박근혜 청문회’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이 궁금한 것은 ‘여소야대’를 만든 총선 이후 실시된 인터넷 신문 데일리안의 여론조사 결과 때문이다. 새누리당 지지층이 4·13 총선을 정권 심판 아닌, ‘공천 심판’의 성격으로 간주해 투표에 나섰다고 밝힌 것이다. 새누리당 공천에 분노해 새누리당을 외면했는데 그 결과는 박근혜 정부를 심판하는 결과가 나왔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은 영남에서조차 부끄러운 성적을 거뒀다. 곳곳에 무수속이고, 대구에선 더민주당 김부겸 후보까지 당선됐다. 부산에서는 더민주가 무려 5곳을 차지했다. 서울 강남 성적도 참혹하다. 그 이유는 전통적인 보수 유권자-새누리당 지지층이 이탈했기 때문이다. ‘친박’에 의한 공천 전횡, 김무성 대표의 ‘살생부’ 파동, 윤상현 의원의 막말, 김 대표의 ‘옥새 반란’이 보수층을 자극한 것이다. “건방진 새누리당을 혼내주겠다”는 즉흥적 감정이 ‘여소야대’를 만들어 낸 셈이다.
 데일리안 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층 64.3%는 정권 심판보다 ‘공천 심판’에 초점을 뒀다고 응답했다. 더민주당(60.4%)과  정의당(58.3%), 국민의당(47.6%) 지지층이 정권심판 성격에 의미를 부여한 것과 큰 차이다.

 연령별로도 새누리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60대 이상은 정권 심판(24.8%) 아닌 ‘공천 심판’(55.8%)을 여소야대의 큰 원인으로 꼽았다. 반면 만 19세 이상 20대(정권 심판 44.6%·공천심판 22.2%), 30대(정권 심판 50.1%·공천심판 14.6%), 40대(정권 심판 45.4%·공천심판 18.8%), 50대(정권 심판 45.4%·공천심판 34.8%)는 공천 심판보다 정권 심판을 여소야대의 원인으로 꼽았다.
  여권 텃밭인 TK와 PK에서도 타 지역에 비해 ‘공천 심판’ 응답률이 높다. 전국 평균이 31.21%지만 TK는 32.4%, PK는 36.2%다. 새누리당이 불과 한달여 사이에 이뤄진 ‘막장공천’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3년까지 모두 말아먹은 셈이다. 그 정도가 아니라 앞으로 2년 남은 박 대통령의 임기까지 수렁으로 밀어 넣고 말았다. 새누리당과 ‘친박’으로서는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
 4·13 총선 한 달 전만해도 정권심판론은 41.2%였다. ‘야당심판론’은 50.1%로 박근혜 정부의 발목을 잡아온 야당을 심판하자는 여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공천파동이 격화되기 시작한 3월 25일 한국일보 조사에서 ‘정권심판론’이 41.2%에서 51.7%로 무려 10.5%포인트나 상승했다. 공천파동이 지난 4년간 ‘막장국회’에 대한 심판론으로 급변한 것이다.
 특히 공천 파동의 진원지인 TK에서 한 달 새 정권심판 여론이 23.3%에서 49.3%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부산·울산·경남(PK)도 같은 기간 39.5%에서 51.9%로 급등했다. 그 다음으로 수도권의 정권심판론이 44.8%에서 54.0%로 증가했다. 새누리당의 수도권 참패 이유가 바로 이 것이다.
 이념적으로도 정권심판론에 공감하는 응답은 자신을 보수라고 밝힌 계층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 1차 조사에서 22.5%이던 것이 2차에서 36%로 급증했다. 중도층에서도 정권심판에 호응한 비율이 45.1%에서 57.2%로 늘어났다. 진보층도 62.0%에서 68.8%로 증가했다. 새누리당은 보수층의 반란으로 묵사발이 된 꼴이다. 새누리당 지지층, 보수세력이 ‘홧김’에 일을 저지른 측면도 적지 않다. 그래서 천정배 대표의 ‘이명박근혜 청문회’ 주장에 대한 보수층의 반응이 궁금해진 것이다.
 보수층과 TK, PK가 박근혜 정부가 미워서 투표했건, 새누리당 공천 파동이 미워서 투표했건 그 결과는 ‘여소야대’다. 따라서 ‘여소야대’로 짜여진 20대 국회 4년 임기에 대한 책임의 일부는 새누리당 공천파동에 발끈했던 유권자들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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