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운잡방
  • 정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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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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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새우와 수란(水卵;달걀을 깨뜨려 끓는 물에 반쯤 익힌 것)에 잣즙 소스를 곁들인 ‘새우 수란’, 길게 자른 가지(茄)에 다진 마늘·간장·식초로 만든 즙을 얹은 ‘모점이’, 풋오이에 생강채·마늘채 같은 갖은 양념으로 속을 채운 ‘향과저’……  전문 요리 연구가가 아니라면 쉽게 들을 수 없는 조선시대 반가(班家)의 전채(前菜)요리 이름들이다. 전채란 식전에 먹거나 술안주로 먹는 가벼운 요리를 이른다.
 전채뿐 아니다. 안동 지역에서 나는 참마와 쇠고기를 참기름에 볶아 엿물을 부운 보양식 ‘서여탕’, 영계의 다리를 참기름에 볶은 후 형개와 산초가루로 풍미를 더한 ‘전계아’, 살짝 데운 우유에 막걸리를 넣고 발효시켜 만든 ‘타락(駝酪)’……  현대인에게 하나같이 낯선 이런 요리들의 재료와 만드는 방법을 기록한 책이 수운잡방(需雲雜方)이다. 조선 초기인 1540년경 탁청공 김수(金綏1481~1552)가 편찬한 필사본 전통 조리서인데 현재까지 사계(斯界) 밖에선 별로 안 알려진 책이다.

 첵 제목의 ‘수운’은 격조를 지닌 음식문화를 뜻하며 ‘잡방’은 여러 가지 방법이란 말이다. 곧 풍류를 아는 사람들에게 걸맞은 음식을 만드는 방법이란 뜻이다. 이 책에는 위에 든 고상한 요리들을 포함하여 안동지방 반가인 광산김씨 종가 설월당(雪月堂)에서 만들어 먹었던 121가지 음식의 조리법이 적혀 있다. 경북 영양에서 발견돼 이미 유명해진 조선 중기의 조리서 ‘음식디미방(일명 규곤시의방)’보다 약 100년 먼저 저술된 책으로,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435호다.
 수운잡방을 오늘에 되살리는 이벤트가 서울에서 한창이다. 책에 실린 음식을 현대적인 조리 기법으로 만들어 선을 보이는 ‘수운잡방 요리 프로모션’ 행사가 지난 18일부터 오늘(22일)까지 닷새간 신라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거다. 이 행사는 500년 된 국내 최고(最古)의 조리서에 담긴 전통 반가 음식문화의 혼과 맛을 계승·발전시켜 세계적인 음식으로 대중화시켜 나가자는 의도에서 안동시가 호텔 측과 협력해 기획한 거다. 오늘 행사가 끝나면 평가가 나오겠지만, 아무쪼록 기획의도 대로 좋은 성과를 거둬 자랑스러운 경북의 전통음식문화가 보편화, 현대화, 세계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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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치 2017-02-18 18:23:12
수운잡방 저자는 김수가 아니라 김유, 또한 순천김이 아니라, 광산김씨 22세손입니다. 호는 탁청정 광산김씨 밀직부사공파(일명 : 안동 예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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