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반기문 필요하면 ‘확’ 뜯어 고쳐라
  • 한동윤
새누리, 반기문 필요하면 ‘확’ 뜯어 고쳐라
  • 한동윤
  • 승인 201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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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4·13 총선 전만해도 새누리당 대권 후보는 다양했다. 김무성 전 대표가 앞서나갔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모두 가능성있는 잠룡(潛龍)으로 꼽혔다. 여기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까지 잠재적 후보로 분류되면서 새누리당은 행복한 고민을 즐겼다.
 더구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湖南)으로부터 사실상 파문(破門)당하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과연 대권후보감인가?”라는 끊임없는 의문에 휩싸이면서 새누리당은 콧노래를 불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4월 13일 밤 사정은 정반대가 되고 말았다. 오 전 서울시장과 김 전 지사가 참혹하게 낙선했고, 김 전 대표는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보따리를 쌌다. ‘옥새 파동’은 그에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은 ‘주홍글씨’를 남겼다. 김 전 대표는 유승민 의원에게 여권 대권후보 ‘1위’ 자리까지 내줬다. 국민일보가 실시한 18~19일 여론조사에서 유 의원이 17.6%로 2위 김 전 대표(10.7%)와 6.9%p나 차이를 벌인 것이다.
 그렇다고 유 의원이 여권의 대권주자 반열에 제대로 오른 것도 아니다. 그에 대한 지지가 대부분 새누리당 지지층이 아니라 야권 지지층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박근혜 대통령에 저항하는 인상을 준 데 따른 야권 지지층의 의도적인 ‘몰표’다. 그는 새누리당 지지층으로부터는 3.6%를 얻어 김 전 대표, 오 전 서울시장, 김 전 경기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 나경원 의원(5.2%), 정몽준 전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에 이어 8위로 꼴찌를 기록했을 뿐이다. 반면 야권 지지층에서 유 의원은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가 여권의 대권주자로 나서면 지지율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대권 주자들이 몰락하자 ‘친박’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반기문 대망론’을 띄우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충청권 당선자들이 지난 20일 대전에서 가진 모임에서는 차기 대권 레이스에 충청권 의원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져졌다.
 4선에 성공한 정우택(충북 청주상당) 의원은 “경상도에 큰 인물이 없어 (충청에서) 대통령이 나올 절호의 시기”라며 ‘충청 대망론’에 공개적으로 불을 지폈다. ‘충청 대망론’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반기문 대망론’이다.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폭삭 망했지만 충청권에서 선전했다. 충청권에선 27석 중 절반이 넘는 14석을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2013년부터 충청 인구가 호남보다 많아졌다. 지금까지 충청도는 독자적 결정권보다 캐스팅보트 역할에 머물렀지만 앞으로는 호남보다 더 큰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충남 홍성·예산 출신인 홍문표 새누리당 제1사무부총장이 지난 21일 라디오에 출연해 ‘반기문 대망론을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반 총장이 국제 감각이라든지 아주 훌륭한 분이기 때문에 (차기 대선 주자와 관련해) 대상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 총장을 새누리당이 대권 후보로 영입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말이냐”는 물음에도 “그렇다”고 했다. 김무성 전 대표 때문에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꺼렸던 반 총장 이름이 공개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반 총장은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레이스 ‘1위’다. 총선이 끝난 뒤 문재인 전 대표가 반 총장보다 앞선 조사가 나왔다고 하지만 단 한 차례 뿐이다. 그 차이도 박빙이다. 특히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20% 안팎에 묶여 있다. 확정성이 부족하다. 더구나 문 전 대표에겐 호남의 ‘파문’이 치명상이다. 그는 지금 총선 때 광주에서 “호남이 버리면 정계은퇴 뿐만 아니라 대권도전도 포기하겠다”고 한 약속에 발목이 잡혀 있다. 호남의 그에 대한 싸늘함은 내년 대선 때까지 풀린다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새누리당 충청권 중심의 ‘반기문 대망론’은 위력적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고장 난 배(船)다. 선장도 조타수도 없이 바다를 헤매는 난파선이다. 그런 배에 반 총장이 올라탈 것으로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지려야 질 수 없는 선거를 망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모험이다. 새누리당이 반 총장을 진정 영입할 생각이 있다면 발바닥부터 머리끝까지 ‘확’ 뜯어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 총장 아니라 누구도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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