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참패 김종인 때문” 안면 바꾼 더민주
  • 한동윤
“호남참패 김종인 때문” 안면 바꾼 더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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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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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5일부터 휴가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10일까지 무려 엿새다. 총선 뒷마무리와 임시국회 등 현안들을 내친 한가한 행보다. 측근은 “입당 후 총선까지 뛰기만 했으니 휴식할 때가 됐다”고 ‘휴식’을 강조했다. 김 대표가 ‘휴가’를 떠나기로 결정한 1일 더민주당의 ‘호남 참패’가 “김종인 때문”이라는 공격이 터져 나왔다. 총선 당선으로 5선 고지에 올라선 추미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호남 참패를 가져온 현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은 호남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조속한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했다. 추 의원은 “더민주의 심장 호남에서 참패했다”며 “지지자 이탈을 막고 동력을 회복하지 않으면 제1당 위치도 허세가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셀프 공천과 비례대표 파동으로 지지자들을 등돌리게 만들었다”고도 했다. ‘셀프 공천’ 논란을 낳았던 김 대표를 정면 겨냥한 것이다.
 더민주당의 호남 참패는 호남의 문재인 배척과 친노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는 게 당 안팎의 공통인식이었다. 그럼에도 호남 패배의 책임을 김 대표에게 돌리는 것은 김 대표를 몰아내기 위한 일종의 트집으로 보인다. 추 의원에 앞서 한국노총위원장 출신 이용득 당선자도 페이스북에 김 대표를 겨냥, “왠지 ‘먹튀’ 투기자본이 우리 당에 들어온 것 같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김 대표가) 비례대표 자리 쓸어 담고 경제대변인 자리 만들고 등등 친정체제 구축하시겠다는데 다음은 뭐냐”고 했다. 김 대표로서는 매우 모욕적인 도발이다.
 김 대표의 당권 욕심에 대한 비판에 불을 지른 인물은 문 전 대표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22일 김 대표와 만나 “(김 대표의 당 대표) 합의 추대는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출마하면 괜히 상처만 받는다”며 사실상 당권 포기를 요구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는 것을 구해놨더니 엉뚱한 생각을 한다”고 반발했다. 그런 뒤 김 대표를 향한 공격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김 대표는 당시 “호남표 안 나오는 게 나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린다”면서 “문 전 대표가 당 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세한다. ‘도로 민주당’ 만들려 하고 있다”고도 했다. 더민주당의 원로 문희상 의원은 “문 전 대표가 김 대표를 내치면 문 전 대표는 결정타를 먹는다”며 “김 대표를 이용만 하고 토사구팽(兎死狗烹)한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 의원 지적에도 불구하고 친노는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김 대표 ‘팽(烹)’에 몰두하는 인상을 준다.
 김 대표의 ‘휴가’는 이런 와중에 나왔다. 어린이날 연휴가 끼어 있다지만 친노의 반발에 대한 불쾌감이 묻어난다. 그의 말처럼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는 것을 구해놨더니 문 전 대표와 친문(親文)이라는 사람들이 이제 와서 엉뚱한 생각을 한다”는 기분일지 모른다. 그러나 친노가 김 대표를 몰아내기로 작정했다면 그로서는 어쩔 방법이 없다.

 문희상 의원은 “문 전 대표는 ‘경제 민주화’가 필요해 김 대표를 영입했지만 두 사람은 ‘경제 민주화’라는 공통점 이외에는 정치 철학을 공유했던 세월이 전혀 없다. 처음부터 많이 다르다는 면에서 보면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했다. 애당초 ‘잘못된 만남’이라는 것이다.
 문 전 대표나 친노가 김 대표를 대표 자리에서 몰아내기로 작심했다면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김 대표가 의지할 측근은 ‘한줌’에 불과하다. 할 수 있는 말은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는 것을 구해놨으니”하는 일종의 ‘엄포’ 뿐이다.
 그래도 ‘팽’하겠다고 나서면 총선 직전 친노가 ‘비례대표 2번 셀프공천’을 뒤집자 집에 칩거하며 당무를 거부한 것처럼 뒤로 자빠지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그 정도로 흔들릴 친노가 아니다. 내년 대선에 재를 뿌릴지 모르지만 1년 반 뒤의 일이다.
 김종인-문재인 만남은 문희상 의원 지적대로 “처음부터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이 전적으로 옳다. 김 대표는 친노의 정체를 애매하게 포장함으로써 선거승리에 공헌했고, 김 대표는 ‘비례대표 5선’에 성공하는 ‘거래’를 했을 뿐이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와 친노가 본래의 모습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게 했어야 했다. 김 대표가 ‘팽’ 당한다면 그건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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