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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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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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우

 노을 이울어 어둠이 내리면
 휘적휘적 사각 상자 안으로 든다
 구겨진 양말 한 짝 뒹굴고
 잊고 켜 놓았던 라디오가
 온종일 홀로 떠들다
 목이 쉬어 지직거리는데
 털썩 드러누워
 누렇게 바랜 형광등 끄면
 벽이 좁혀오고 천장이 내려오고
 윗층에서 쿵쿵거리며 못질을 한다

 살아 있다고 손 내저으며
 벌떡 일어나 쪽창 내다보면
 고운 연인이 속닥대며 지나가고
 어느 아픈 사람은 쓰러질 듯 취해
 고래고래 악을 쓰고
 가난에 짓눌린 허리 굽은 노인이
 두리번두리번 신문지를 줍고
 돌아옴을 반기고 떠남을 애틋해하는
 사람이 없는 사람은 얼마나 가련한가
 침잠한 고독에 표정없는 얼굴 위로
 오늘은 왠지 눈물도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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