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이 신문 안 보고 TV 끄는 이유
  • 한동윤
보수층이 신문 안 보고 TV 끄는 이유
  • 한동윤
  • 승인 201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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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4·13 국회의원선거가 끝난 뒤 신문은 물론 TV를 안 보는 사람들이 늘었다. 새누리당 참패 선거 결과에 대한 실망 때문이 아니라 선거를 전후해 벌어지는 정치판의 ‘막장’에 절망했기 때문이다. 특히 종일토록 종편을 켜놓고 정치판을 살펴온 적지 않은 중장년층이 아예 “TV 전원을 빼놓았다”고 토로할 정도다.
 새누리당의 ‘진박’ 마케팅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심하게. 거기에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막가파식 친박 꽂아 넣기, 김무성 대표의 ‘살생부’ 발언과 ‘옥새 반란’은 기름에 불을 붙인 격이었다. 망하기로 작정한 집단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행태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국보위 전력에 동화은행 2억원 뇌물 전과가 있는 김종인 씨를 하루 아침에 제1야당 대표로 받아들이더니 ‘비례대표 2번 셀프공천’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당무거부로 친노와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그에 앞서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든 안철수 의원 등이 친노-운동권의 패권주의를 비난하며 국민의당을 창당하고 호남으로 달려간 것도 상식을 뛰어 넘은 파괴다. 자폭(自爆)적 야당의 행태에도 여당이 참패했으니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막장 공천이 유권자들을 얼마나 화나게 했는지 알만하다.
 문제는 총선 이후다. 선거 참패에 책임이 있는 새누리당 ‘친박’의 당권장악 욕심이 숨김없이 드러났다. 그들에 의해 혁신-비대위 구성이 무산됨으로써 당이 마비상태에 빠졌다. ‘친박’은 ‘비박’을 향해 “당을 나가 줬으면 좋겠다”고 등을 떠밀고 있다. 아예 새누리당을 ‘친박당’으로 만들겠다고 작정한 것이다.
 그러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신당 창당’을 시사하고 나섰다. “올 10월까지 ‘정치그룹’이 될지, ‘정당’이 될지, 정당이라면 어떤 형태일지 등 내가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고심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신당 선언이다. 국회의장을 끝으로 조용히 ‘원로’ 위치로 물러난 전임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야욕(野慾)이다. 새누리당 탈당도 예고했다. 새누리당이 지리멸렬한 것과 통하는 움직임이다.

 정 의장의 ‘신당’에는 새누리당 ‘비박’이 적극 가세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특히 부산-경남의 ‘비박’들이다. ‘안철수’를 독자 대선후보로 앞세우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대구-경북의 ‘친박’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대권후보로 밀 것이라는 가정에서다. 새누리당은 이미 분당상태나 다름없다. 새누리당을 지지해온 보수층이 TV를 끄고 신문을 읽지 않는 이유다.
 야당이라고 다를 게 없다. 안철수 대표는 새누리당 내분이 격화되자 “‘비박’ 탈당자들을 영입할 수 있다”고 추파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에 맞서는 중도 대권후보를 향한 욕심이다. 한국에서는 의사인 안 대표가, 미국에서는 부동산 재벌 트럼프가 돈을 앞세워 대통령이 되겠다며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총선 당시 “정계은퇴” 발언으로 ‘호남’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조용히 소록도를 방문하고, 전북을 잠행(潛行)하지만 그에 대한 호남의 배척이 크게 달라지는 분위기가 아니다. 그런 와중에 느닷없이 강남역 ‘묻지마 살인’으로 숨진 여성을 추모하는 현장에 나타나 “다음 생에는 남성으로 태어나세요”라는 뜬금없는 멘트를 날렸다. 안철수 대표가 고무될만 하다.
 야권 대권후보가 복수 대결구도로 흘러가자 이번엔 2년 전 ‘정계은퇴’, ‘낙향’을 선언했던 손학규 전 의원이 뛰어 나왔다. 그가 지난 18일 5·18 묘지를 참배한 뒤 지지자 300여명과 오찬을 함께하며 “5·18 항상 시작이다. 각성의 시작이고 분노와 심판의 시작이고 화해와 용서의 시작이다”라며 정치재개를 선언한 것이다. “총선 결과를 깊이 새겨 국민 분노와 좌절을 안아서, 새 판을 짜는 데 앞장 서 나갈 뜻을 다짐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는 “손학규 대통령” 연호도 나왔다.
 이 모든 현상은 새누리당 때문에 비롯됐다. 총선 패배 이후 정신을 차렸으면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갈수록 가관이다. 보수층이 신문을 안 보고 TV 전원을 끄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래도 새누리당은 정신 차릴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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