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100명만 바다에 빠뜨리면…”
  • 한동윤
“변호사 100명만 바다에 빠뜨리면…”
  • 한동윤
  • 승인 2016.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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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한 벼락부자가 상습 도박으로 구속되자 변호사를 통해 뿌린 돈이 무려 ‘100억원’이다. 법원과 검찰을 상대로 한 구명자금이다. 전원책 변호사는 이 로비자금을 두고 “마피아 두목이나 동원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개탄했다.
 네이쳐리퍼블릭이라는 화장품 업체의 정운호 대표가 부장판사 출신 여자 변호사를 통해 뿌린 돈이다.
 정운호 (51) 대표는 상습도박으로 구속되자 부장판사 출신인 최유정 변호사를 선임해 감형과 보석을 시도했다. ‘전관예우’를 노린 것이다. 정 대표는 최 변호사에게 100억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보석으로 풀려나지 않자 둘 사이는 급격히 악화됐다.
 정 대표는 구치소로 면회 온 최 변호사에게 “돈을 돌려 달라”고 요구하며 몸싸움을 벌이다 폭행했다는 이유로 최 변호사로부터 고소당했다. ‘100억원’ 전관예우 법조 추문이 터져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최 변호사는 검찰에 구속됐다. 그녀는 체포조가 들이닥치자 물어 뜯고 할퀴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법조 로비 명목으로 10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치소 독방에 수감돼 있다.
 그 다음부터가 진짜다. 최 변호사는 법조 로비 배후로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변호사를 지목했다. 뿐만 아니라 다른 한 명의 현직 부장 판사도 지목했다.
 정운호는 20대에 남대문시장에서 도매업을 하다 1993년 ‘세계화장품’을 설립하며 화장품 업계에 첫발을 디뎠다. 그는 96년 화장품브랜드 ‘식물원’을 창업했고, 98년에는 화장품브랜드 ‘쿠지’를 창업했으며 2003년 12월 더페이스샵을 만들어 2009년 LG생활건강에 매각했다.

 당시 200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3월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고, 6년 만에 국내 5위 브랜드숍으로 부상했다.
 그는 떼돈을  벌자 해외원정 도박에 빠져들었다. 2013년 서울경찰청 외사과에 의해 329억원의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2014년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종결됐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홍만표 변호사다. 그는 검사장 급으로 퇴직해 변호사 개업한 ‘전관’이었다. 정은 ‘무혐의’로 풀려나자 홍 변호사에게 “10억원을 주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홍 변호사는 “1억5000만원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정운호는 그러나 2015년 9월 말 상습도박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도박자금 조성에 회사자금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상습도박 혐의로 정운호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고, 정은 상습도박 혐의가 인정돼 구속됐다. 동시에 정운호에게 외국 원정도박을 시켜준 광주 송정리파 조폭 이모 씨도 구속됐다. 정 씨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때부터 최유정 변호사의 맹활약이 시작된다. 2016년 4월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부장판사 장일혁)는 정 대표 선고공판에서 “구속기간 잘못을 뉘우치고 가족들이 계도를 약속하고 있다”면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정운호는 그러나 보석을 신청했다. 최 변호사를 통해서다. 보석을 위해 뿌린 돈이 ‘50억원’이다. 그러나 보석에 실패하자 정운호와 최 변호사가 구치소에서 몸싸움을 벌였고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가 터져 나왔다.
 웃기는 것은 정 대표의 ‘보석’ 신청에 보인 검찰 태도다. 정씨 보석 신청에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적의 처리’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적의 처리’는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상습도박사범을 구속해놓고 법원이 풀어 줘도 이의 제기를 않겠다는 통보다.
 ‘정운호 게이트’는 우리 법조계의 어두운 그늘을 상징한다. 재판부와 검사 변호사가 모두 등장한다. 미국 속담에 “법조인 100명만 바다에 빠뜨리면 세상이 조용해질 것”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상황이 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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