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만세” 와 “안철수 XXX” 사이
  • 한동윤
“문재인 만세” 와 “안철수 XXX” 사이
  • 한동윤
  • 승인 2016.05.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전라도나 가라, XX야” “철수 넌 XX야, 여기 오면 안돼” “여긴 무슨 낯짝으로 왔냐” “왜 내려왔어 XX” “가, XX”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에게 쏟아진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야유와 욕설이다. 안 대표 일행이 버스편으로 이날 오후 1시 30분쯤 노 전 대통령 사저 앞에 도착하자마자 “안철수 물러가라”는 고함과 시작된 봉변이다.
 간혹 “자제합시다” “싸우면 안 돼! 손대지 마!”라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XX놈아, 물러가라!” “안철수, 물러가라, 배신자!” “빨갱이보다 못한 XX들” “호남에만 꼬리 치는 대권병 난 XXX야”라고 외치는 목소리에는 맹렬한 원한이 담겼다. 안 대표를 동행한 천정배 공동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모두 그 욕설과 야유의 대상이었다. 안 대표 등은 물병이라도 날아올까봐 우산까지 펴들었다. 반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등장하자 “문재인 만세” 함성이 울렸다.
 안 대표 일행이 봉하마을에서 봉변을 당하기 앞서 노 전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당선자(경남 김해을)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말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추도식 때 찾아오시는 분이면 비록 생각이 좀 다르고 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예의를 지켜서 정중하게 맞는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 더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다른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제 봉하마을에 오시는 여러 국민이 많이 성숙해 있을 것”이라며 “더민주가 원내 제1당이 된 만큼 성숙한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해 주실 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중에 몇 마디 하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안철수 대표도 공당 지도자인데 따뜻하게 맞아주셔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봉하마을의 ‘친노’와 ‘노빠’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더 극렬해졌다.

 1년 전 노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 때도 마찬가지였다.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친노패권주의’를 비난해온 천정배·김한길·박지원·안철수 등을 상대로 욕설·야유는 물론 물과 흙을 끼얹었다. 생수병이 날아들어 우산을 펼쳐야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역시 물병 세례를 받았다. 그 전해에는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 씨가 추모사에서 아예 김무성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공격하기까지 했다.
 노 전 대통령 지자자들의 결집이 갈수록 공고해지는 분위기다. 대통령선거가 내년으로 다가왔고,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서자 집권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안철수 등이 문재인 전 더민주당 대표를 ‘친노패권의 원흉’으로 몰아 세우고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든 데 대한 분노도 작용했을 것이다. 국민의당 창당으로 더민주당이 호남의 기반을 상실한 데 따른 노여움도 포함된 것은 물론이다.
 친노 결집의 원인이 무엇이건 친노들의 분위기를 더민주당 손혜원 당선자(서울 마포을)가 가장 잘 표현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7주기를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기는커녕 더 불어나고 더 강해져만 가는 야당 내 주류, ‘친노’가 부럽기도, 두렵기도 할 것”이라며 “주류, 대세가 되려 모두들 안간힘을 쓰지만, 그게 그렇게 녹록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람들이 ‘친노’라 부르는 단어의 또 다른 의미는 아마도 ‘메인 스트림(main stream)’인 것 같다”며 “이제 정치권 사람들은 ‘친노’라 읽고 ‘대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때 야당에서 ‘왕따’의 대상이었던 ‘친노’가 완벽한 부활을 선언한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 오른팔이던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는 2013년 “노 전 대통령을 정치에서 쉬게 할 때”라고 했다. 노무현의 ‘왼팔’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훨씬 전 “친노에도 유통기한이 있다”고 했다. ‘친노’는 노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날 때 완벽하게 복권될 것이다. 봉하마을의 소란이 유감스럽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