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5000억 퍼붓고도 정상화 실패한 STX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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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5000억 퍼붓고도 정상화 실패한 STX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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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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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년간 4조5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STX조선해양이 결국 정상화에 실패하고 법원 주도의 회생 절차(법정관리) 수순에 돌입하게 됐다.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5일 여의도 본점에서 수출입은행, 농협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이 참석한 채권단 실무자회의를 열고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산업은행은 “추가자금을 지원하면서 자율협약을 지속할 경제적 명분과 실익이 없으며, 회사도 회생 절차 신청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의 재실사 결과 STX조선은 유동성 부족이 심화돼 이달 말 부도가 불가피하며 이미 수주한 선박을 내년까지 정상 건조해 인도금을 받더라도 7000억~1조2000억 원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이달 말까지 채권단 협의회가 STX에 대한 자율협약을 종료하고 법정관리로 전환하는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로써 지난 2013년 4월 채권단 자율협약 개시 이래 STX조선을 살리려던 지난 3년간의 노력은 일단 허사가 됐다. 되돌아보면 무리한 확장 끝에 한때 세계 4위의 조선소로 성장하기는 했으나 설비나 기술, 인력 등 어느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취약해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던 이 회사에 회생 자금을 지원한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그러나 조선산업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이 없던 당시 채권은행들의 경영진과 금융당국자들은 과감히 부실을 털어내는 정공법보다는 임기 중 손실이 현실화하지 않는 미봉책을 택했다. 지난해 추가 자금지원에 반대해 시중은행들은 자율협약에서 탈퇴했는데도 국책은행들만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부실기업을 껴안고 있다가 막다른 지경에 몰린 것이다.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은행권의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은 선수금환급보증(RG)을 포함해 5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절반인 2조8000억원가량은 그렇지 않아도 구조조정 재원이 턱없이 부족해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 자본확충까지 거론되고 있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몫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담보를 제외한 익스포저 전액을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해 채권은행들은 이미 쌓아놓은 50% 충당금 이외에 최대 2조원을 추가 적립해야 한다. 법원이 법정관리를 받아들인다 해도 요즘과 같이 업황이 부진한 때에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에 따라 법정관리로 가면 청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협력업체를 포함해 9000명에 달하는 종업원들의 대량 실직과 거래·협력업체들의 연쇄 도산이 불가피해진다.
 조선업종의 구조조정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STX조선과 함께 채권단자율협약 대상인 SPP조선과 성동조선해양을 비롯해 부실한 중소형 조선사들도 회생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손실이 누적되고 있어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규모 면에서 이들 업체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큰 대우조선해양의 처리는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STX조선의 사례에서 보듯 구조조정에도 ‘골든 타임’이 있다. 정부와 금융권은 좌고우면하면서 미적대다 부실을 정리할 시기를 놓치고 손실을 눈덩이처럼 키우는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기를 바란다.
 또한,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채권단 자율협약은 ‘선제적 구조조정’이라는 명분 아래 도입됐으나 실제로는 STX조선의 경우처럼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불투명한 관치금융을 유발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차제에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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