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 새누리당 선택할까?
  • 한동윤
반기문 총장, 새누리당 선택할까?
  • 한동윤
  • 승인 201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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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최경환 의원이 지난 24일 만났다. 김 전 대표는 ‘비박’의 대표 격이고 최 의원은 ‘친박’을 상징한다. 두 사람은 정진석 원내대표 요청으로 자리를 함께 했다. 친박계 반발로 혁신위원장과 비상대책위원 인선안이 좌초된 데 따른 대책논의를 위해서였다. ‘친박’과 ‘비박’ 대표가 원내대표 초청으로 만난 것은 그럴듯해 보였다.
 3인은 △혁신형 비대위 구성 △비대위원장 외부 영입 △단일성 집단지도 체제로의 전환 등에 의견을 모았다. 이 합의만 실천되면 새누리당 내부 갈등도 어느 정도 봉합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당내 반발이 쏟아졌다. “총선 패배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무슨 합의냐” “지금이 무슨 3김 시대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태경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당의 진로가 계파 보스 간 타협으로 결정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유감”이라며 “당 위기에 가장 책임있는 두 분이 반성없이 컴백하는 계기가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친박인 정우택 의원도 “(선거 패배 후) 떳떳하지 못하게 숨어 있는 사람들을 만나 앞으로의 문제를 협의했다는 것은 어이없는 행동”이라며 “지도체제는 의원총회 결정 사항인데 사람이 결정하는 것은 1980~1990년대 3김 시대에나 있을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3인은 발을 뺐다. “합의나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다”라고 손사래쳤다. 김 전 대표는 “걱정하는 마음으로 의견 교환을 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밝혀드린다”고 말했다. 최경환 의원도 “합의란 말은 잘못 전달된 것으로 개인적인 의견을 개진했을 뿐”이라고 했다. 정 원내대표 역시“법적 구속을 받는 합의는 없었다”며 “의총도 거치고 비대위도 거쳐야 하고 전국위 추인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뭔가 도모하려다 들킨 표정이다.

 3자회동 합의 내용이 비판을 받는 이유는 총선 패배의 직접 책임이 있는 ‘김무성-최경환의 합의’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김 대표는 총선 패배의 총체적 책임이 있고, 최 의원은 ‘진박 소동’으로 선거를 망친 배후라는 비판이다. 그런 사람들이 지도체제에서부터 당을 혁신하는 혁신-비대위 구성에 감 놔라 배 놔라 했으니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김-최 두 사람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의심의 눈초리는 다른 데 있다. ‘친박’ ‘비박’을 상징하는 두 사람이 ‘당권’과 ‘대권’을 나눠갖기로 밀약(密約)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단일집단지도체제’ 하에서 권한이 강화되는 당 대표는 ‘친박’인 최 의원이 맡고 김 전 대표는 대권 후보를 맡는 밀약이 있다는 것이다. 당권을 노리는 최 의원이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완화해 김 전 대표의 정치적 재기를 돕는 ‘밀약’이 오갔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 원내대표가 “(3자 회동에서 대권의) 대 자도, (당권의) 당 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의심은 확산되고 있다.
 김무성-최경환 두 사람은 4월 총선 참패의 책임자들이다. 김 대표는 선거를 총 지휘해야할 입장에서 허점 투성이인 ‘상향식 공천’을 밀어 붙이다 공천을 엉망으로 만들었고, 선거 와중에는 ‘살생부’ 발언으로 청와대의 공천 개입 의혹을 불러 일으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에 대한 지지를 무너뜨렸다. 막판에는 ‘옥새 반란’으로 쐐기를 박았다. 더 가관인 것은 옥새를 들고 부산 영도 다리로 튀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아 유포했다는 점이다. 김 전 대표가 “나는 죄인”이라고 자처한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최 의원은 ‘진박 소동’으로 김 전 대표와 함께 선거를 망친 책임자다. 그는 대구와 경남북을 오가며 “진실한 사람”을 입에 올리다 ‘반 새누리당’ ‘반 친박’ 역풍을 자초했다. 영남에서 ‘진박 소동’이 벌어지자  수도권의 새누리당 후보들까지 줄줄이 낙선했다. 그런 그가 당권에 욕심을 갖고 있다면 “친박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소리를 들어 마땅하다. 당권커녕 당분간 공석에 나서서도 안 되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이 정신 차리지 못하면 대권 도전을 시사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새누리당을 배척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친박’ ‘비박’으로 나뉘어 싸움질하고, 선거 참패에도 반성없이 다투는 새누리당에 들어와 봐야 대선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고 판단할 지도 모른다. 새누리당의 천절한 반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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