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하고 날카롭게 격변의 중국 되돌아보다
  • 이경관기자
담담하고 날카롭게 격변의 중국 되돌아보다
  • 이경관기자
  • 승인 201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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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으로 일축 되었던 극단의 시대서 시장경제라는
또하나의 시대로 가고 있는 기형적인 中 예리하게 묘사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지나간 삶은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않지만 지나간 독서는 세월이 지나면 더욱 새롭다. 20여 년 동안 위대한 작품들을 읽을 때면 늘 다른 시대, 다른 국가, 다른 언어의 작가들에게서 나 자신의 감성을 읽었고, 심지어 나 자신의 삶도 읽었다. 문학에 어떤 신비한 힘이 진정으로 존재한다면 아마도 이런 것이리라 생각한다.”(112쪽)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중국작가는 누구일까.
 바로 ‘허삼관 매혈기’로 유명한 작가 ‘위화’다.
 최근 그의 산문집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가 국내에서 번역, 출간됐다.
 이번 산문집에는 예리한 통찰 사이사이에 담긴 유쾌한 해학이 빛을 발하는 다양한 글들이 실려있다.
 위화는 산문집을 통해 마오쩌둥으로 일축되었던 극단의 시대에서 시장경제라는 또하나의 극단의 시대로 가고 있는 기형적인 오늘의 중국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극히 인간적인 사생활 및 창작 일기, 독서 이력 등 작가로서의 인생 또한 활짝 펼쳐 보인다.
 그가 책에서 밝혔듯, 그의 모든 글은 ‘일상생활에서 출발해, 정치, 역사, 경제, 사회, 문화, 감정, 욕망, 사생활 등등을 거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 여정에는 위화만이 읽을 수 있는 세상과 인생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따스한 휴머니즘, 웃음이 담겨 있다.
 책 속에서 그는 먼저 극단의 중국에 대해 이야기 한다.
 1960년에 태어나 문화대혁명 시절에 유년을 보낸 작가 위화는 지금의 중국이 당황스럽다. 과거를 회상하며 격세지감을 느끼는 것은 흔한 일일지 모르지만, 역사적 격변을 겪은 중국인들에게는 그 정도가 남다르다.
 그는 이런 극단적 격변을 ‘천양지차(天壤之差)’라 재차 묘사한다. 중국의 극단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역사적 격변 외에, 오늘날 같은 대륙에서 살아가는 동시대 사람들의 삶에도 어마어마한 격차가 존재한다. 국내총생산(GDP)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지만, 1인당 평균 소득은 세계 50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그는 중국에서 두 가지 거대한 차이를 발견한다. 하나는 과거와 현재의 차이이고, 또하나는 빈부격차로 인해 통제되지 못하고 가속도를 더해가는 오늘날의 극단적 격차다.

 “요즘 여학생은 교복을 입고 낙태 수술을 받는다. 언론에 이런 뉴스가 나온 적이 있다. 한 여중생이 교복을 입고 병원에 가서 낙태 수술을 받는데 의사가 수술 전에 가족 서명을 하라고 하자 교복을 입은 남자 중학생 네 명이 에워싸고는 서로 앞을 다투면서 먼저 서명을 하려고 했다는 것이다.”(11쪽)
 이러한 중국의 격변은, 해방 이후 경제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극심한 변화를 겪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다. 위화는 이런 격변의 시대, 고삐 풀린 말을 탄 시대에 우리 모두가 정신적으로 건강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는다.
 위화는 또 중국인 작가로 세계인들의 시선 속에 사는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한다.
 유럽에 갈 때마다 기자들의 정치적 질문에 대비해 미리 연습을 하는 위화의 모습을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동시에 비난 또한 많이 받는 중국인으로서 작가의 고뇌가 읽힌다.
 또 책 속에서는 북한에 대한 작가 위화의 시각도 엿볼 수 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북한 축구 선수들이 도망쳤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이 북한 사람이라면 어떨지 상상해본다. 그리고 북한 체제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는다. 북한에 대한 중국인들의 일반적 인식이 어떤지도 알려주고 있다.
 위화는 일상에서 담론으로, 담론에서 일상으로, 근시와 원시를 자유자재로 오간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고 나면 작가 위화의 삶과 중국의 사회상을 모두 조망하는 기분이 든다.
 이번 산문집에는 위화의 독서담, 소설 창작 일기 등, 작가 위화의 문학관을 바라볼 수 있는 글도 많이 실려있다.
 그는 소년 시절 겪었던 문화대혁명부터 작가 지망생 시절의 기억들을 담담하게 풀어놓고 또 왕성한 독서 활동에 대해서도 풀어 놓는다.
 그의 글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는 타인의 삶에 대한 관심 즉,‘휴머니즘’이다.
 서로가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타인의 삶에서 자신의 감성을 발견해, 타인과 자신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한 행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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