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민, ‘한달 공짜 300만원’ “싫다”
  • 한동윤
스위스 국민, ‘한달 공짜 300만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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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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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거주 19~29세 미취업자와 저소득층 3000명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동안 ‘3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서두르고 있다. 소위 ‘청년 수당’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미 100만원 상당의 ‘청년 배당금’ 지급을 실시하고 있다.
박 시장은 ‘청년수당’을 정부가 반대하는데도 강행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이재명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오히려 ‘청년배당금’을 정부 차원의 정책으로 승화시켜 전국으로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청년배당금’을 상품권으로 받은 청년들이 이를 ‘카드깡‘에 이용한다는 비판에도 아랑곳 없다.
우리나라만 아니라 스위스에서도 모든 성인에게 한 달에 ‘300만원’을 지급하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생계를 위한 노동에서 벗어나 인간적 품격 유지”라는 명목을 내세운 ‘지식인모임’이다. 자칭 ‘진보’들이 ‘포퓰리즘’에 앞장서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닌가 보다.
다행히 스위스 국민들은 지난 5일 국민투표에서 ‘월 300만원 지급안’을 압도적 반대로 부결시켜버렸다. ‘포퓰리즘’이라면 자다가도 뛰쳐나가는 국민과 비교하면 스위스 국민들의 안목과 판단이 존경스럽다. 포퓰리즘으로 거덜 난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등과 비교하면 스위스는 일류선진국이고 국민 또한 그렇다. 한마디로 선진국민은 역시 다르다.

모든 성인에게 월 2500 스위스프랑(300만원), 어린이·청소년에게 650 스위스프랑(67만원)을 지급하자는 스위스 국민투표법안은 지식인모임 주도로 2013년 정식 발의됐다. 법안에는 국민투표 요건인 10만명을 넘겨 13만명이 서명했다. 스위스 정부와 의회는 재정적 어려움, 복지 축소 등을 이유로 법안에 극력 반대했다. 스위스 국가위원회는 “관대하지만 유토피아적인 안”이라고 비판했고 의회도 “노동과 개인의 책무에 가치를 부여하는 스위스에 위험한 실험”이라며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국민투표 결과 스위스 내 26개 주 모두 반대표가 절반을 훨씬 넘겼다. 잠정 집계 결과 76.9%가 이 안을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국민의 10명 중 8명이 반대표를 던진 셈이다. 진보세력이 많은 로잔에서조차 반대표가 67%로 찬성표를 크게 앞질렀다. 국민투표를 발의한 지식인 모임 공동 대표이자 대변인인 다니엘 하니는 “이번에 통과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주의가 제비뽑기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이번 투표는 중간적인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자칭 ‘진보’가 끈질긴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스위스 인근 유럽국가들은 스위스 국민투표 결과를 예의주시해왔다. 자기 나라에서도 자칭 진보들이 “생계를 위한 노동에서 벗어나 인간적 품격 유지”를 내세우며 국민투표를 요구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박 서울시장과 이 성남 시장의 소위 ‘청년수당’이 우리나라에서 국민투표에 부쳐지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4월 총선 전 리얼미터가 실시한 ‘청년수당’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청년수당’에 대해 반대가 54%로 나타났다. 찬성은 37%에 불과했다. 청년수당 수혜자인 20대만 찬성이 53%로 과반수였다.
특기할 것은 50·60대뿐 아니라 30·40대도 모두 ‘반대’가 절반을 넘었다는 점이다. 20대와 30·40대가 청년수당의 수혜 여부에 따라 이해를 달리하면서 갈라지고 있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20대 중에서도 청년수당에 대한 반대가 39%로 절반에 육박했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느냐”며 “국가재정의 부담이 클 것”으로 생각하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20대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지난 5월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이 부자 증세, 복지 확대같은 포퓰리즘 공약을 내세웠다가 참패했다. 아르헨티나 대선과 베네수엘라 총선에서도 두 나라 국민은 ‘복지보다 일자리’를 선택했다. 그 결과 10년 이상 버텨온 좌파 포퓰리즘 정권을 추방했다. 석유자원을 앞세워 ‘공짜 천국’을 자랑했던 베네수엘라는 파산하고 말았다. 만약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스위스 국민들처럼 포퓰리즘을 거부하고 “복지보다 일자리”를 외쳤다면 ‘국가파산’이라는 치욕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 서울과 성남시 청년들이 50만원짜리 ‘상품권’과 ‘체크카드’를 받아들고  행복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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