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은 ‘손가락’ 조심하라
  • 한동윤
정치인들은 ‘손가락’ 조심하라
  • 한동윤
  • 승인 2016.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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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대학 졸업을 앞둔 정 모 씨(24)는 서울 마포구에 있는 G 출판사로부터 합격통지를 받았다. 2012년이다. 서류 전형과 면접을 거쳐 그 어렵다는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합격 통지 하루 뒤 정 씨는 출판사로부터 “채용을 철회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다.
출판사는 “(정 씨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읽어 본 결과 (정 씨 성격이) 우리 회사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아 채용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정 씨는 출판사 면접에 앞서 트위터에 “면접 보러 간다니까 친구가 ‘성격 반만 죽이라’고 조언했다. 난 지금까지 ‘내 성격 니들이 못 받아줄 것 같으면 어쩔 수 없고’란 생각을 하고 있다. 가장 보통의 성격파탄자 혹은 반사회적 존재”라는 글을 올렸는데 출판사가 이 글을 보고 “우리 회사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아 채용을 취소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트위터만 없었다면 정 씨는 지금도 그 출판사에 잘 근무하고 있을지 모른다.
대권주자들은 너도 나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애용한다. 문재인·안철수·박원순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팔로워가 106만명,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72만명, 박원순 서울시장은 140만명이다. 이른바 대중과의 ‘소통’ 수단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 SNS에 망신당하거나 구설수에 올랐다. 무심코 한 ‘손가락질’ 때문에 곤욕을 치른 것이다.
문 전 대표는 ‘강남역 살인사건’ 현장을 방문한 뒤 “다음 생엔 남자로 태어나요”라고 썼다. 지난달 발생한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정신병력자의 ‘묻지마 살인’에 희생된 여성을 위로한답시고 올린 글이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이 문 전 대표의 “다음 생엔 남자로 태어나요”라는 글을 읽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여자’가 ‘남자로 태어나는 불가능’을 언급한 문 전 대표의 손가락질은 너무나 가벼웠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무심코 올린 글로 곤욕을 치렀다. 서울 구의역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젊은이를 위로한답시고 “조금만 여유가 있었더라면 덜 위험한 일을 택했을지 모른다”고 적었다가 논란을 자초한 것이다.
박 서울시장은 2013년 홍수로 물에 잠긴 독일 마을 사진을 보고 “제 눈에는 홍수도 홍수지만 아름다운 건물들이 들어오네요”라고 썼다가 “서울시를 홍수로 아름답게 만들려느냐”는 비판 여론에 홍역을 치렀다. 이 모두 깊은 고민이나 숙고없이 손가락 움직이는대로 글을 올렸다가 낭패를 본 케이스다. 트위터를 사랑하는 박 시장은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사건 때는 “혐오범죄, 분노범죄, 묻지마 범죄가 없도록 이 병든 세상을 치유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서울시 관할 서울메트로의 구의역에서 발생한 19세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에는 한 글자도 올리지 않고 있다.
대학교수 중에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반기문, 절대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 한다”고 단언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대단한 관운의 소유자인 ‘기름 뱀장어’는 시대정신을 달성하기 위하여 역류에 맞서는 ‘연어’가 될 수 없다”고도 했다.
글은 글을 쓰는 이의 인격과 인품을 반영한다. 글에는 쓰는 이의 영혼이 깃든다. 글은 진솔하고 진실돼야 한다. 인격이 담기지 않은 글을 읽으면 종일토록 마음이 무겁고 불쾌하다. 그런 글은 글이 아닌 ‘손가락질’에 불과하다. 글을 쓰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특히 정치인같은 공인의 글은 그 영향력 때문에 가볍게 나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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