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오늘 우리는 전 세계가 주시하는 가운데 40년 독재정치를 청산하고 희망찬 민주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거보를 전 국민과 함께 내딛는다. 국가의 미래요 소망인 꽃다운 젊은이를 야만적인 고문으로 죽여 놓고, 뻔뻔스럽게 국민을 속이려 했던 현 정권에게 국민의 분노가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 주고, 국민적 여망인 개헌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4·13 폭거를 철회시키기 위한 민주 장정을 시작한다.’
1987년 6월 10일 호헌반대민주헌법쟁취운동본부 이름으로 발표됐던 ‘6·10 국민대회 선언문’(부분)이다. 여기서 말하는 ‘40년 독재’는 정부수립 이후 이승만 정권 12년, 박정희 정권 18년 신군부 등장 이후 전두환 정권 8년 등을 통틀어 이른 말이다. ‘꽃다운 젊은이를 고문으로 죽였다’는 말은 그해 1월 14일 서울대생 박종철 군이 경찰의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경찰이 조사 도중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쓰러졌다’고 발표했던 그 사건 말이다.
박종철 군 고문살해사건으로 댕겨진 민주화의 불길은 마침내 ‘부상 700명에 수만명’이 체포된 6·10항쟁으로 이어졌던 거다. 군부독재정권은 당시 경찰로는 막을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하여 군 병력으로 진압하려 했다는 증언들이 뒷날 여기저기서 나왔다. 생각해보면 아찔했던 역사의 순간이었다. 그때 군사적 진압 없이 넘길 수 있었던 건 그나마 우리국민과 민주주의의 행운이라 하겠다. 오늘이 바로 그날. 최루탄과 눈물과 분노의 함성, 그리고 숱한 부상자와 옥고(獄苦)로 쟁취한 민주주의가 19년이 지난 지금 진정 완성되었는지 다함께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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