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나무가 ‘선비의 나무’ 로 불리는 까닭은?
  • 이경관기자
회화나무가 ‘선비의 나무’ 로 불리는 까닭은?
  • 이경관기자
  • 승인 2016.0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문학자 강판권, 한국·중국 주요 유적지 답사·해설 붙여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내가 회화나무에 관심을 가진 것은 나보다 먼저 살았던 사람들과 회화나무의 관계만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 살고 있는 회화나무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한 그루의 회화나무를 만날 때마다 당시 사람들을 상상했다.(…)이 책은 한 그루의 나무를 중심으로 역사와 문화를 이해한 나의 이야기다”(머리말 중)
 나무로 역사와 문화를 읽는 나무 인문학자 강판권이 차나무, 뽕나무, 은행나무, 소나무에 이어 이번엔 회화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강판권은 ‘회화나무와 선비문화’에서 한국과 중국 유교문화의 상징인 회화나무의 역사적·문화적 배경을 탐구한다.
 그는 중국과 한국의 주요 유적지에 심겨 있는 회화나무를 답사하고 해설을 덧붙여, 회화나무가 왜 선비의 나무인 ‘학자수’라 불리는지, 전통적으로 어떤 역할과 상징을 맡아왔는지,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고루 설명해준다.
 강판권은 “고대 신분사회에서는 신분에 따라 무덤에 심는 나무가 달랐다”며 회화나무가 학자수라 불린 까닭에 대해 설명한다.
 회화나무는 주나라 때 사대부 계층의 무덤에 심은 까닭에 학자수라 불린다. 한편 중국의 과거시험 중 진사시험을 ‘괴추槐秋’라 불렀는데, 시험 시기가 음력 7월 회화나무에 꽃이 피는 시기와 같았기 때문이다. 과거시험에 응시하는 사람들은 합격을 기원하는 뜻으로 회화나무를 심었다. 이런 관행은 송나라까지 이어져, 회화나무는 사대부, 학자, 선비를 상징하는 나무가 됐다.
 “조선의 왕들이 거처한 창덕궁에 회화나무가 살고 있는 것은 주나라 때의 관례에 따른 것이다”(139쪽)

 또 그는 관청과 서원에 자리한 회화나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창덕궁의 회화나무는 국내 다른 회화나무 천연기념물에 비해 나이가 적다. 그러나 창덕궁의 소나무가 왕을 상징한다면, 회화나무는 선비를 상징했다. 소나무와 회화나무는 조선 왕조의 지배층을 상징하는 나무였다. 궁궐에 두 나무가 어우러진 것을 보며 그 시대를 떠올릴 수 있다.
 선비들의 공간이었던 서원은 또 어떤가. 서원을 세울 때는 건물뿐만 아니라 서원의 기능과 관련한 상징을 만든다. 조선시대 서원 건립 때 가장 활발히 사용한 상징물이 바로 나무였다. 퇴계 이황을 모셔 유명한 도산서원의 경우, 이황은 서원을 짓고 회화나무를 심었다. 구지폐 1000원권 뒷면에 실려 유명한 도산서원 도안을 보면, 회화나무가 선명히 그려져 있다.
 “나는 비스듬히 누워서 살아가는 나무에 더욱 눈길이 간다. 서 있는 것보다 반쯤 누워 있는 것이 훨씬 힘들다. 왕버들은 위로 곧장 자라는 나무라서 굳이 옆으로 기울어 살 이유가 없지만, 조건이 맞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옆으로 기운 채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왕버들은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그 상태를 유지한 채 몇 백 년을 살아가고 있다. 나는 이러한 나무를 볼 때마다 그간 살면서 힘들다고 불평했던 기억에 얼굴이 붉어진다”(286쪽)
 나무의 모양새를 보며 그 나무가 살아온 지긋한 세월을 짐작하는 그의 시선은 따듯하고 인자하다. 그는 나무에게서 삶은 배운다고 말한다.
 누워 자라는 나무에게선 지형의 불리함을 감내하는 인내를, 반으로 쪼개지고도 살아남은 나무에게선 강인한 생명력을 배우는 것이다.
 이 책은 나무로부터 삶을 배우고 상생하며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몸소 보여주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