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휑’ 한 관광지 포항
  • 김용언
‘휑’ 한 관광지 포항
  • 김용언
  • 승인 201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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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서해안 어느 곳에선가 희한한 선전간판을 본 생각이 난다. ‘魚·會·食’을 뭉뚱그려 한 글자로 써놨던 것 같다. 이게 무슨 글자냐고 물은 게 잘못이었다. “회”라고 했다. 끌어다붙이면 ‘모듬회’쯤 되려나? 조어감각이 부족한 ‘내탓’을 할 수밖에 없어 웃고 말았다. 곧이곧대로 ‘회(膾)’만 생각하고 정색을 하고 물었다가 졸지에 유머감각 없는 꽁생원이 되고 만 꼴이다.
경북 동해안에서 첫손꼽는 포항 죽도시장 횟집골목이 썰렁하다는 소식이다. “회장사 30년에 이런 꼴 처음 본다”는 게 횟집 주인의 하소연이라니 알만하다. 손님들이 붐벼야 할 점심시간에도 ‘휑’하다니 불경기를 실감하게 된다. 이웃한 대게상가 또한 별반 다른 모습이 아니라고 한다. 이같은 ‘휑뎅그렁’과 대조되는 말이 ‘북새(통·판)’일 게다. 내친말이니 용례까지 한 대목 옮겨본다. “난데없이 들이닥친 놈들이 형방사령놈들은 아니어서 다행이긴 하였으나 어찌 땅땅 벼르는 품이 한바탕 북새판을 놓을 것 같았다.” <김주영/객주>

이 죽도시장에 쉴만한 공간이 없어 관광객들이 곤욕을 치른다고 했었다. 이번엔 포항 호미곶 또한 죽도시장 쉼터 사정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윷놀이에서 말하는 ‘돗긴갯긴’이란 소리인 것 같다. 처지가 거기서 거기라는 소리다. 1999년에 100억원을 들여 호미곶 광장을 꾸몄다. 2009년엔 109억원을 들여 새천년기념관을 지었다. 관광객도 전국에서 끊임없이 찾아오는 편이다.
그러나 마땅히 쉴 곳이 없다. 포항의 별미를 맛볼 음식점이 부족하다. 잠시 앉아서 쉴 벤치조차도 태부족이다. 관광지 광장의 기본 요소가 빠진 셈이다. 죽도시장과 호미곶은 포항관광의 쌍끌이라고 해서 크게 탓잡힐 일은 아닐 정도의 존재감을 지니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도 판에 박은듯 아쉽기만한 것은 왜일까? 풍성할 것만 같은데도 휑뎅그레한 관광지 포항의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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