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쓸이 해적
  • 김용언
싹쓸이 해적
  • 김용언
  • 승인 2016.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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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표준어도 아니면서 그럴싸하게 대접 받는 말이 한두 개가 아니다. 예컨대 ‘싸그리’가 그 하나다. 국립국어연구원이 어휘 5만개의 사용 빈도(頻度)를 조사했더니 3만4452 등 이더라고 소개됐다. 싸그리를 바르게 쓰려면 ‘깡그리’라고 해야 한다. 국어사전엔 ‘조금도 남김없이 온통’이라고 풀이돼 있다. 그 예문이 “~먹어치우다”다.
요즘 세태가 험악해지다 보니 ‘싹쓸이’가 많다. 작게는 점심값 내기 ‘고스톱’ 화투판에서부터 크게는 권력과 이권의 독점 독식에 이르기까지 끌어다 붙이면 척척 잘도 달라붙는다. ‘깡그리’와 뭐가 다르랴 싶어 국어사전을 뒤적여 봤다. ‘하나도 남김 없이 싹 쓸어 없앰’이라고 돼있다. 다른 사전을 열어본다. ‘몰상식하게 힘으로 모든 것을 해치우는 짓’이란다. 오히려 이 풀이가 더 마음에 든다. 그 여린말이 ‘삭쓸이’라나. 모든 것을 우격다짐으로 휩쓰는 판에 여린말이라니 슬며시 웃음도 나온다. 하기야 수백년에 걸쳐 만고풍상을 겪어온 고목에 돋아나는 새싹도 처음엔 여리기만하니 이상할 것도 없겠다 싶기도 하다.

3주 전 포항 영일만신항 2마일 해상에서 소형 기선저인망(일명:고데구리)어선이 붙잡힌 일이 있다. 수산관계 법령으로 조업이 금지된 포항선적 4.93t급 어선이었다. 소형기선저인망 어선을 붙잡기는 10여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보도됐다. 가자미류를 싹쓸이한다는 첩보가 있어 탐문 수사를 벌여온 끝에 밤 11시 50분께 붙잡았다고 했다.
요즘 서해에서는 중국어선단의 횡포가 절정에 이른 모양이다. 우리 군과 해경, 유엔군사령부가 한강하구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1953년 이후 처음이라니 중국어선단의 횡포가 어떤지 알만하다. 중국어선의 꽃게 싹쓸이 때문에 우리 어민들은 거의 빈손과 다름없다는 소리도 들린다. 해적이 따로 없다. 그것도 싹쓸이 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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