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Brexit) 여부를 결정할 국민투표를 앞두고 국내외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코스피)는 지난 13일 2% 가까이 급락한 데 이어 14일에도 0.36% 떨어졌다. 코스피는 지난 8일 2027.08로 7개월 만에 최고치로 뛰었으나 최근 며칠 새 큰 폭 추락했다.
문제의 진앙인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과 일본·중국 등 아시아 증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채권시장과 외환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은 브렉시트 여부를 가를 국민투표일인 23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브렉시트가 세계 금융시장의 커다란 악재로 부상한 것이다.
현재로써는 브렉시트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 연초만 해도 영국 국민이 EU 잔류를 선택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ICM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의뢰를 받아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는 브렉시트 찬성이 53%, 반대가 47%였다. 인디펜던트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찬성이 55%로 반대(45%)보다 많았다.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 등의 정치지도자들과 지식인, 주류 언론이 발 벗고 나서 브렉시트가 영국의 미래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국수주의적 언론과 선동가들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지키고 EU의 간섭에서 벗어나는 길은 브렉시트밖에 없다며 강한 연대를 과시하고 있다.
영국 근로자 가운데 EU 회원국 출신은 약 5%(220만 명)에 달한다.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진영은 무작정 영국으로 건너와 취업하는 외국인을 전혀 통제할 수 없다고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작년에 영국에 이민한 외국인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33만3000명이었다는 통계와 최근 미국 올랜도에서 발생한 테러는 브렉시트 찬성파들에게 호재가 됐다.
반면 브렉시트 찬성 측은 매년 지불하는 EU 분담금 182억 파운드(약 31조6000억원) 정도면 경제성장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EU는 최근 수년째 계속되는 일부 회원국의 재정위기와 난민 유입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이런 상태에서 영국이 이탈할 경우 EU는 존립의 뿌리가 흔들리는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 등 남유럽의 재정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다시 신흥국의 금융불안을 촉발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비틀거리는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국내 증시에 들어와 있는 영국계 자금은 36조5000억원으로 외국인 전체 보유주식의 8.4%에 달한다. 브렉시트 투표결과에 따라 이 자금이 상당 부분 빠져나갈 수 있다. 영국과 우리나라의 교역규모는그리 크지 않지만, 브렉시트로 글로벌 시장에서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할 경우 수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연초 금융시장은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미국의 금리 인상, 저유가 등의 악재로 홍역을 치렀다. 최근 유가가 오르면서 금융시장의 분위기가 개선되긴 했지만, 브렉시트는 다시 금융 패닉을 부를 수 있다. 조선ㆍ해운 구조조정으로 가라앉은 경제는 작은 충격에도 휘청일 수 있다.
정부는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여러가지 부정적 영향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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