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말고 할 일이 그렇게도 없나
  • 한동윤
‘개헌’ 말고 할 일이 그렇게도 없나
  • 한동윤
  • 승인 201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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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정세균 국회의장이 13일 취임사에서 “개헌은 언제까지 외면하고 있을 문제도 아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개헌론에 ‘점화’(點火)했다. 그러자 개헌론자들이 적극 동조하고 나섰다. ‘개헌 봇물’이 터진 격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그 다음 날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 개헌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각제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개헌은 대통령이 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개헌에 나서 줬으면 하는 개인적 소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개헌론자들의 주장은 ‘권력분점’을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 모아진다. 현행 대통령중심 5년 단임제는 권력집중으로 대통령의 위기가 ‘국가위기’로 발전하는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국회와 나누는 분권형, 즉 ‘내각제’를 염두에 둔 것이다. 또는 대통령은 안보와 외교를 맡고 총리는 내치(內治)를 전담하는 분권형도 거론된다. 어떤 형태로든 개헌은 대통령의 힘을 빼서 정치권이 그 권한을 나눠 갖자는 의도다.
그러나 과연 정치권 일각의 개헌론이 국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개헌론을 공론화한 정세균 의장이 개헌의 필요성을 “내년이면 소위 87년 체제의 산물인 현행 헌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된다”고 주장한 것도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개헌 30년’이 어떻게해서 또다른 개헌의 이유와 근거가 되는지 요령부득이다. “대통령 권한을 나누자”는것도 따지고 보면 국회와 권한을 나눠 행사하자는 주장일 뿐이다.

국회는 대통령의 힘을 빼기 위한 시도를 끊임없이 해왔다. 가깝게는 ‘상시 청문회’를 가능케한 국회법 개정 시도가 그렇다. 상시청문회로 행정부를 옭아매겠다는 속셈이다. ‘유승민 국회법 파동’은 국회가 정부 고유권한인 시행령 제정권한을 국회로 가져가려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일어났다. 따라서 정치권의 ‘내각제’나 ‘분권형’ 개헌은 대통령 권한을 합법적으로 빼앗자는 의도다.
또한 정치권이 개헌에 집착하는 이유는 여야 누구도 차기에 단독 집권을 장담하지 못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 더민주당에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가 있다지만 압도적인 선두가 아니다. 더구나 두 사람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대입하면 2위, 3위로 밀린다. 반 총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나와 집권에 성공하면 야당은 ‘15년 야당’의 설움을 감수해야 한다. 그럴 바엔 권력을 여야가 나누는 내각제나 분권형을 시도해보자는 생각을 했음직 하다.
물론 새누리당에도 개헌론자들이 있다. 지난해 말 친박 최경환· 홍문종 의원 등이 분권형 개헌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친박으로서는 분권형 개헌이 이뤄지면 박 대통령이 퇴임 이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속으로는 반기문 총장을 앞세워 정권을 재창출하고 ‘내치’를 ‘친박’이 맡는 분권형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개헌’을 정치권이 공론화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여론이다. 북한이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고, 특히 경제가 아수라장인 상황에서 ‘개헌’을 주장해봐야 국민들이 호응하지 않는다면 목만 아픈 결과로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대표가 여야 원내수석 회담에서 “경제는 구한말 이후 계속 어려웠다”며 “개헌 필요성에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개헌 논의를 한다고 레임덕이 오는 것도 아닌데 피할 일은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그의 주장에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경제는 구한말 이후 계속 어려웠다”는 그의 주장은 황당하기만 하다. 어차피 경제가 나아질 가능성이 희박하니 ‘개헌을 서두르자’는 식이다.
국민들은 솔직히 ‘개헌’에 관심이 없다. 만약 20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개헌’을 앞세우고 민생을 외면하면 “20대 국회의원 잘못 뽑았다”는 원성이 전국에서 들릴 날이 머지않을 것이다. 정 개헌을 하겠으면 경제부터 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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