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떼
  • 정재모
메뚜기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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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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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1960~1970년대에 농촌에서 유년을 보낸 사람들은 익은 벼논에서 메뚜기를 잡았던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다. 몸놀림이 별로 빠르지도 않아 어린이도 쉽게 잡을 수 있는 벼메뚜기는 가을철의 좋은 먹거리였다. 작은 자루나 빈병 같은 데 한가득 잡아오면 어머님이 고소하게 볶아내 놓던 것이다. 요즘도 카페 같은 술집에서 안주로 내놓는 곳이 있기도 하지만 옛날에 비해선 매우 귀한 추억의 먹거리다. 
가을 들녘의 벼메뚜기는 농약사용이 보편화하면서 80년대 이후 멸종 위기를 맞았다. 그러다가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농약 사용이 줄면서 1990년대 무렵부터 개체수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산골 마을 같은 데서는 ‘메뚜기쌀’이란 이름으로 친환경쌀임을 선전한다. 메뚜기가 있는 곳에서 생산한 것이니만큼 농약을 적게 치거나 안 친 쌀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볏닢을 갉아먹는 메뚜기는 벼한테 해충이다. 먹거리도 되는 미물이지만 떼를 이루면 인간의 먹거리를 무자비하게 뺏아버리는 무서운 적이 되는 거다.

메뚜기의 또 다른 고유어는 ‘누리’이며 한자어로는 황충(蝗蟲)이다. 누리 또는 황충이라고 하면 벼논의 메뚜기뿐 아니라 풀무치와 여치 종류도 포함된다. 우리 역사책에는 황충의 피해가 굉장히 많이 적혀 있다. ‘하늘을 뒤덮도록 새카맣게 출몰해 곡식을 있는 대로 먹어치워 백성이 굶주렸다’는 식의 기록들이다. 삼국사기 속의 황충 기록은 신라 25회, 고구려 8회, 백제 5회 등이다. 고려시대는 무려 57회(고려사)에 이르며 조선시대는 그 발생 및 피해가 왕조실록에 수 없이 많이 나타난다.
경북도내 곳곳에선 최근 들어서도 거의 매년 ‘수십만 마리의 메뚜기떼가 나타났다’는 보도가 나오곤 했다. 올해도 메뚜기떼 출현이 보도됐다. 이달 초를 전후해 예천군 호명면 일대 논에 메뚜기떼가 나타난 거다(본보 8일자 5면). 예년에 비해 보름 이상 출현시기가 빨라진 거란다. 서둘러 방제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어 들녘을 새카맣게 뒤덮으면서 치명적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역사에 ‘누리떼가 출현하여 벼농사를 망치고…’ 운운하는 기록을 남기는 일이 없어야겠다. 철저한 초동방제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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