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서 전관예우 퇴출시키겠다”
  • 한동윤
“이 나라에서 전관예우 퇴출시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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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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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김용원 변호사는 “전관예우는 전·현직 판검사들이 합작한 범죄행위”라고 정의했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거액을 받고 사건에 끼어들어 저지르는 ‘유전무죄’ ‘유전감형’이라는 원초적 비리를 간결하게 정리한 것이다. 바로 그 범죄행위가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게이트’와 ‘이숨투자자문 송창수 게이트’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상습해외도박과 유사 수신사기 혐의로 각각 구속된 정운호·송창수는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에게 ‘보석’(保釋)과 ‘집행유예’를 조건으로 각각 50억원 씩 건넸다. ‘전관’인 최 변호사의 맹활약으로 정운호 대표는 보석 일보 직전까지 갔고, 송창수는 실제 ‘집행유예’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검사장급 출신의 ‘전관’ 홍만표 변호사는 정운호의 해외도박을 두 차례나 ‘무혐의’로 풀어주는 데 성공했다. 수억원의 수임료가 주어졌다.
최유정 변호사는 서울 구치소에, 홍만표 변호사는 남부구치소에 수감중이다. 법복(法服)을 입었던 법조인의 치명적 불명예다. 두 사람이 연루된 ‘전관예우’ 의혹 때문에 부장검사급이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 당했다. 한 부장판사는 연예인이 낀 술자리를 가졌다가 사표를 냈다.

문제는 이렇게 드러난 ‘전관예우’ 비리가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는 점이다. 학연과 지연 등을 끼고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거액을 받고 죄있는 자를 무죄로 만드는 ‘유전무죄’, 돈으로 형량(刑量)을 깎는 ‘유전감형’의 범죄가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는 의심을 버릴 수가 없다. 오죽하면 대한변협이 자기들 손발을 묶는 ‘전관비리 근절 대책’을 발표했을까?
대한변협이 지난 20일 발표한 대책은 검사장과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변호사 개업을 금지하고, 변호사가 형사사건 1건당 5000만원 이상을 받은 경우 신고한다는 내용이다. 장기적으로 판검사 선발시험과 변호사 자격시험을 분리해, 판검사가 변호사가 되는 길을 막는 것이 전관 비리를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또 검사장급 이상 검사 및 고등법원 부장급 이상 판사의 변호사 개업을 금지하고, 판검사 정년을 70세로 연장하는 안도 포함시켰다. 선임계 없이 변론한 변호사를 징역 1년 또는 벌금 1000만원 이하에 처하고, ‘몰래 변론’을 허용한 판검사에 대한 강력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사건수임 제한 기간을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것을 추진키로 했다. 현행 변호사법은 퇴임 판검사가 퇴직 전 1년부터 퇴직한 때까지 근무한 곳의 사건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가 형사사건 1건에 5000만원 이상 받았을 경우 대한변협에 신고하는 ‘변호사보수 신고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단기대책으로는 대법원이 경력 법관을 임용할 때 사전에 변호사 개업 포기 서약서를 낸 이들을 우선 임용하며, 각 법원은 재판 시작 전 공개법정에서 재판부와 연고 관계가 있는 변호사가 있을 경우 연고 관계를 당사자 등 사건 관계인에게 알리도록 한다는 것이다. 대한변협은 “변호사 단체와 법원, 검찰은 법조 비리가 생길 때마다 대책을 내놨지만 근본 대책을 세우지 못해 비리가 재발하고 있다”며 “대한변협은 통렬히 반성하고 있으며, 법원과 검찰도 더는 제 식구를 감싸지 말고 감시와 규제를 강화하고 제도를 개혁해 법조비리 척결에 앞장서야 한다. 국회도 관련 법률을 정비해야 하며 정부는 과감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대한변협의 전관예우 근절대책이 실효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도 “전관예우와 법조비리 근절을 위한 관련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21일 국회 대표 연설에서 “국민은 경제 위기에 놓였는데 사법부는 정직하지 못했다”면서 “사법부가 자정 노력 없이, 제식구 감싸기, 꼬리 자르기로 일관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하고 “이 나라에서 전관예우를 퇴출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전관예우는 ‘현관 비리’가 응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다”며 “전관예우와 법조비리 근절을 위한 관련법 개정뿐만 아니라, 현직을 대상으로 한 법조윤리 확립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정운호·송창수 게이트에 등장한 판검사와 변호사들의 ‘짝짜꿍이 비리’를 질타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전관이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는 행위 자체를 부도덕한 일로 치부한다. 미국은 현직 판검사가 전관 변호사를 식당에서 우연히 만나더라도 합석하지 못할뿐더러 마주친 사실을 상급자에게 반드시 보고하도록 하는 윤리 기준을 두고 있다. 일본과 미국을 따라갈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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