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난 외제 사랑
  • 김용언
유별난 외제 사랑
  • 김용언
  • 승인 2016.0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한국인의 소비 취향은 좀 유별난 데가 있어 보인다. 어려서 6·25 전쟁을 겪은 세대는 ‘메이드 인’이 새겨진 제품을 한동안 좋아했다. 학용품만 하더라도 연필심에 돌이라도 박혔는지 누런 재생지 공책에 구멍을 내놓기 일쑤이던 시절이다. 이런 때에 잠자리 날개가 그려진 외제 연필은 단연 인기일 수밖에 없었다. 연필 끝에는 지우개까지 달려 있어 더욱 그랬다.
국산품의 품질이 점차 좋아지면서 대중의 선호도는 ‘메이커’제품으로 바뀌어 갔다. 큰 기업체의 이름을 등에 업은 제품이어서 반색하고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 ‘메이커’란 영단어에 우수 제품이란 뜻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 ‘메이커’의 위력은 아직도 상인들의 입심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브랜드 제품’ 또한 ‘메이커 제품’과 어깨를 겨룬다. 서부개척시대에 가축 궁둥이에 찍던 불에 달군 쇠도장이 원래 브랜드다. 이 말이 ‘상표’의 뜻을 얻게 되자 우리나라에선 ‘유명상표’ ‘고품질상표’를 뜻하는 말로 둔갑해버렸다. 한국에서 브랜드는 ‘유명한 메이커’가 만든 ‘훌륭한 제품’을 뜻한다고 한마디로 정리한 이는 영어 전문가 안정효 씨다. 한국식 영어 바로잡기 운동에도 힘을 쏟고 있는 그는 ‘브랜드 네임’이란 콩클리시에 기겁한다. 그러면서 ‘메이커 제품’과 ‘브랜드 제품’ 사이에 어느 것이 더 계급이 높은 지는 모르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문경교육지원청이 새 청사를 지으면서 대만산 알루미늄 복합패널을 고집하고 있다. 국산품이 값도 훨씬 싸고 품질이 우수한데도 그렇다고 한다. 이 수입 제품은 공사현장 도착까지 늦어져 건물 준공에도 차질을 빚게 생겼다. 어느 교수가 추천했다며 요지부동인 관계자는 시쳇말로 ‘대만 패널’에 ‘필’이 꽂힌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우수 국산품 마다하고 오지않는 ‘대만 브랜드’에 망부석이 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