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검사의 자살, 개인사로 돌려선 안된다
  • 연합뉴스
젊은 검사의 자살, 개인사로 돌려선 안된다
  • 연합뉴스
  • 승인 2016.0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19일 서울남부지검 형사부 김모(33) 검사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자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을 넘긴 시점이라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김 검사는 유서를 남겼고 유서에는 업무 스트레스와 검사 직무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하는 내용이 담겼다. 유족과 동료들의 얘기는 좀 다르다. 김 검사의 부친은 2주 전 대검과 청와대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아들이 부장검사의 폭언과 비상식적인 인격 모독으로 힘들어했다’고 주장했다. 김 검사가 보냈다는 메신저 내용이 공개됐다.
 일부 언론이 보도한 메신저 내용에는 ‘부장검사에게 매일 욕을 먹으니 자살 충동이 든다’거나 ‘술자리에서 공개적인 폭언을 들으며 자괴감을 느낀다’는 언급이 들어있다. 동료 검사 결혼식장에서 ‘조용히 술 먹을 방을 구해오라고 다그쳐 안될 것 같다고 했더니 피로연 끝나고 나서 계속 욕을 해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하는 내용도 있다. 검찰의 진상 조사는 김 검사의 상사인 K 부장검사가 자살과 관련이 있느냐가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K 부장검사는 사건 발생 이후 서울고검으로 전보됐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메신저 내용이 충격적이다. 명색이 현직 검사인데 어쩌다이런 일을 당했나 싶을 정도다. 김 검사의 자살 사건을 놓고 법조계에선 검찰 조직의 전근대적인 상명하복 문화와 소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상사가 부당한 지시를 내려도 제대로 반박하기 쉽지 않은 일방통행식 분위기를 말한다.
 검찰청법에는 ‘검사가 검찰 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고 규정돼 있었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해당하는 상명하복 규정인데 2004년과 2009년 개정됐다.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부분을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로 수정했다.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하여 이견이 있을 때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대한 항명권을 부여한 것이다. 검찰청법은 검사를 단독 관청으로 규정하면서도 검사동일체의 원칙도 유지하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문제는 항명권 규정까지 신설했다고 해도 실제 현장에선 달라진 게 거의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김 검사는 군법무관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4월 부임했다. 단지 업무 과중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을 선택했다고 한다면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강압적이고 폐쇄적인 시스템은 예기치 않은 불상사를 초래하고 조직 내 부조리와 비리를 유발하는 근원이 될 수 있음을 검찰 구성원 모두가 심각하게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연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