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정
  • 정재모
야옹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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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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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예천(醴泉)에 가면 ‘금당·맛질은 반(半)서울’이란 말이 있다. 예천군 용문면의 산골마을 금당과 맛질이라는 두 마을이 서울의 절반 정도는 된다는 뜻이다. 들판을 공유하며 서로 이웃하고 있는 두 마을이 배출한 인물, 권세, 마을규모와 짜임새 따위를 나타내는 말일 게다. 서울과 비교하여 크게 꿀릴 것이 없다니! 예천사람들이 이 마을에 대해 갖는 자부심을 알만도 하다. 마을이름 ‘맛질’은 한자식 지명 ‘저곡(藷谷)’을 탄생시킨 순 우리말이다. 저(藷)는 곧 마인 거다.
‘맛질’에 얽힌 몇 가지 풀이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맏이의 길’이다. 여기서 말하는 ‘맏이’는 이 마을에 세거한 권의(權儀;1475~1558)가 4형제 중 맏아들이란 뜻이다. 본디 안동 도촌 사람으로, 성균관전적, 의흥현감 등을 역임한 뒤 이 마을로 옮겨 살아 안동 권씨네의 저곡리 입향조가 됐다. 조선 초기 사림파의 거두 조광조의 제자로, 의흥 현감일 때 그곳에 조광조의 개혁 시책 중 하나인 향약을 보급한 업적이 지금껏 전해온다. 호가 야옹(野翁)이다.

권의의 아들 심언(審言)이 부친의 유덕을 기리기 위해 1566년(명종 21) 맛질 마을에 누각을 세워 이름을 야옹정이라 했다. 평고대(平高臺, 서까래 위에 길게 얹은 나무)와 착고막이(겹처마인 부연 사이를 막는 목재)를 하나의 부재(部材)로 만든 통평고대 방식이 사용된 점 등 고려 또는 조선 전기 건축양식 특징 몇 가지를 지녔다. 통평고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인 안동 봉정사 극락전에 사용된 기법이다. 또 누각으로는 보기 드물게 천장 곳곳에 단청의 흔적도 있다.
야옹정은 1987년에 이르러 경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엊그제 문화재청이 이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곧 지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안동권씨 북야공(北射公)파의 집성촌인 이 마을에는 야옹정 말고도 연곡고택, 춘우재고택 같은, 권씨들 소유의 내력 깊은 옛 건물이 많다. 야옹정의 보물 지정으로 이 마을이 전통의 고장 경북 내륙의 또 하나 명소로 각광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맛질을 ‘서울의 반’이라고 자부하는 지역민들의 긍지가 한층 더 높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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