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예천(醴泉)에 가면 ‘금당·맛질은 반(半)서울’이란 말이 있다. 예천군 용문면의 산골마을 금당과 맛질이라는 두 마을이 서울의 절반 정도는 된다는 뜻이다. 들판을 공유하며 서로 이웃하고 있는 두 마을이 배출한 인물, 권세, 마을규모와 짜임새 따위를 나타내는 말일 게다. 서울과 비교하여 크게 꿀릴 것이 없다니! 예천사람들이 이 마을에 대해 갖는 자부심을 알만도 하다. 마을이름 ‘맛질’은 한자식 지명 ‘저곡(藷谷)’을 탄생시킨 순 우리말이다. 저(藷)는 곧 마인 거다.
‘맛질’에 얽힌 몇 가지 풀이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맏이의 길’이다. 여기서 말하는 ‘맏이’는 이 마을에 세거한 권의(權儀;1475~1558)가 4형제 중 맏아들이란 뜻이다. 본디 안동 도촌 사람으로, 성균관전적, 의흥현감 등을 역임한 뒤 이 마을로 옮겨 살아 안동 권씨네의 저곡리 입향조가 됐다. 조선 초기 사림파의 거두 조광조의 제자로, 의흥 현감일 때 그곳에 조광조의 개혁 시책 중 하나인 향약을 보급한 업적이 지금껏 전해온다. 호가 야옹(野翁)이다.
야옹정은 1987년에 이르러 경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엊그제 문화재청이 이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곧 지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안동권씨 북야공(北射公)파의 집성촌인 이 마을에는 야옹정 말고도 연곡고택, 춘우재고택 같은, 권씨들 소유의 내력 깊은 옛 건물이 많다. 야옹정의 보물 지정으로 이 마을이 전통의 고장 경북 내륙의 또 하나 명소로 각광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맛질을 ‘서울의 반’이라고 자부하는 지역민들의 긍지가 한층 더 높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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