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선동한 영국 정치인의 종말
  • 한동윤
‘브렉시트’ 선동한 영국 정치인의 종말
  • 한동윤
  • 승인 201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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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영국이 브렉시트(EU:유럽연합 탈퇴)로 만신창이가 되어 가고 있다. ‘설마’했던 브렉시트가 국민투표에서 통과되자 ‘유럽인’을 자처하는 영국 젊은이들은 “재투표”를 요구하며 전국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기성시대가 우리 젊은이들의 미래를 망쳤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세대간 갈등이 영국을 갈가리 찢어놓고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유럽으로부터 ‘왕따’당하기 시작했다. 캐머론 총리가 브렉시트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점진적 탈퇴’를 계획하고 있지만 독일과 프랑스는 “당장 보따리를 싸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영국’을 형성한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EU 잔류”를 표방하며 독립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영국’이 브렉시트로 모래알처럼 분열되고 있다.
브렉시트라는 영국의 악몽은 캐머론 현 영국 총리가 사단을 제공했다. 그는 2013년 캐머론 보수당의 총선 공약으로 ‘브렉시트’를 내걸었다. “집권하면 EU 탈퇴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했다. 보수당은 집권했고 캐머론은 총리가 됐다. EU 때문에 국경을 개방해야 하고, 이 때문에 이민자가 늘어 일자리가 줄어든 중산층 이하가 반발하는 상황에서 그들의 ‘분노’를 선거에 이용한 일종의 포퓰리즘이다. 캐머론은 2015년 동남아시아 방문 길에 “이민자들이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벌떼(swarm)’처럼 몰려들고 있다”고 브렉시트를 선동하는 언동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캐머론은 결국 그 ‘브렉시트’ 때문에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무책임한 공약으로 국론분열은 말할 것도 없고, 영국의 미래를 불확실성 속에 밀어넣었다는 비난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 것이다. 스스로 묘혈(墓穴)을 판 셈이다. 캐머론은 국민투표 직전 EU 잔류를 지지하는 가디언지 인터뷰에서 ‘브렉시트’를 내세운 이유를 묻자 인터뷰 내내 “이럴 줄 몰랐다”고 변명했다. 같은 보수당 소속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과 마이클 고브 법무부 장관이 브렉시트 찬성파를 이끌 줄 몰랐고, 당 내부에 브렉시트 찬성 기류가 독(毒)처럼 퍼질 줄 몰랐다는 것이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는 당내 브렉시트 지지자들에게 “비통할 정도로 실망했다”는 말까지 했다.

캐머론은 ‘브렉시트’ 지지파가 아니다. 절대 반대다. 그러나 자신의 공약으로 나라 전체가 ‘브렉시트’로 달려가자 급기야 ‘브렉시트’를 당론으로 반대하는 “노동당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당이 ‘야당 지지’를 선언한 꼴이다. ‘브렉시트’를 반대하던 노동당 소속 조 콕스 여성의원이 브렉시트 찬성파에게 살해당하는 비극까지 벌어졌다. 콕스 의원은 ‘착한 사마리아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렇다면 캐머론은 무엇일까?
캐머론이라는 정치지도자의 그릇된 판단으로 영국은 돌이킬 수 없는 분열로 치닫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처음 지난 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한 캐머런 총리는 ‘왕따’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EU의 한 고위관리는 “캐머런은 무덤에서까지 칭송받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영국 하원의원 650명 가운데 500명이 유럽연합 잔류를 지지하는 데도, 선거에 이기려는 욕심으로 ‘브렉시트’를 내걸고, 다시 그 결과 때문에 자신의 정치인생을 망친 캐머론을 향한 최소의 비난이다.
캐머론의 불장난에 편승한 대표적 정치인이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다. 캐머론 총리 친구이기도 한 그는 브렉시트 반대파의 선봉에 서서 중산층 이하의 불만을 선동해 브렉시트를 이끌었다. 단숨에 그는 캐머론의 뒤를 이을 ‘총리감’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무책임한 선동에 화난 이성적 민심과 젊은이들의 비난이 캐머론과 그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개인의 정치욕을 채우기 위한 불장난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우리는 대통령선거를 1년 앞두고 있다. 2002년 대선 때엔 ‘천도’(遷都:수도 이전) 공약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았다. ‘세종시’라는 절충안이 나왔지만 지금도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자, 수도를 아예 옮기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2007년 대선에서는 영남권 신공항 공약이 나왔고, 그 여파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판 브렉시트’다. 더 이상 캐머론 같은 정치인이 우리나라에서 나오지 않기만 간절히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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