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살이 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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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살이 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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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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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여기에와서 돈 한 푼 안 받고 일하기를 삼 년하고 꼬박이 일곱 달 동안을 했다. 그런데도 (장차 아내가 될 점순이가) 미처 못 자랐다니까 이 키는 언제야 자라는 겐지 짜장(과연,정말로) 영문을 모른다.…이래서 애최 계약이 잘못된 걸 알았다.’ 김유정의 단편 `봄·봄’의 일부다. 소설속의 `나`는 결혼을 미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순진한 농촌총각이다. 구약성서 창세기편에도 데릴사위가 나온다. 아브라함의 손자 야곱은 라반의 작은딸 라헬을 아내로 삼으려고 하다 큰딸 레아까지 아내로 얻는데, 14년 동안 데릴사위 노릇을 했다. 데릴사위는 또한 고구려시대의 혼인 풍습이기도 했다. 인류 문명의 여명기 때부터 데릴사위가 존재했던 결혼문화임을 직감케 한다. 대부분의 데릴사위 위치는 처가와 경제적인 의존관계에 있어서 떳떳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요즘은 가사와 육아에다 주택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장점으로 처가살이가 늘어나고 있는 세태다. `넘어다보는 단지에 겉보리 서 되만 있으면 처가살이 않는다’는 속담의 데릴사위 처지와는 격이 다르다.
 핵가족 사회에서 아들이 없는 집안이 아들을 맞는다는 차원에서 데릴사위제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가족제도로 수용된다. 서울 강남의 1천억대 갑부가 데릴사위를 구한다는 결혼정보업체의 광고가 세간의 화제다. 똑똑하고 착한 남성이되 차남이거나 막내 일 것, 또 38세 노처녀인 딸에 준하는 학벌과 전문직을 가져야 한다는 게 조건이다. `불혹’을 내다보는 미혼의 딸을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마땅한 사윗감을 찾느라 속이 탈 것이다. 그것은 1천억대의 재력가이든 빈털터리 가난뱅이든 마찬가지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결혼생활에서의 행복이 재산이 많아야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쨌던 1천억대 갑부의 데릴사위에 도전해볼 후보라면,동화 `장화신은 고양이’와 같은 꾀와 슬기도 필요해 보인다.
 /金鎬壽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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