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강국 일본과 ‘스즈키 이치로’
  • 한동윤
노벨상 강국 일본과 ‘스즈키 이치로’
  • 한동윤
  • 승인 201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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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미국에서 활약하는 일본 프로야구선수 스즈키 이치로. 그가 지난달 16일 프로야구 최다 안타 기록을 세웠다. 일본과 미국에서 때린 안타를 포함해 4267안타를 기록함으로써 이전 피트 로즈가 보유한 4266안타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이치로의 통산 안타 기록에 대한 시비가 적지 않다. 피트 로즈는 “일본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MLB)는 수준이 다르다. 일본 프로야구는 메이저리그 3A 수준이다. 일본 안타를 합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 그러면 마이너리그 안타도 포함시켜야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치로는 고교 시절 안타까지 세고 있다”는 불만까지 내비쳤다.
이치로가 최다안타 기록을 갈아치운 날 일본에서는 신문들이 호외(號外)까지 발행하며 법석을 떨었다. 자기나라 출신이 세계최고 수준의 MLB에서 기록을 세웠으니 국민적 경사(慶事)로 받아들일만 했다. 이치로 기록은 MLB로부터 인정받지 못했지만 기네스북에는 ‘최다안타’로 기록됐다. 어쨌든 이치로와 그의 기록은 대단하다.
1973년생 스즈키는 현재 43살이다. 희끗희끗한 머리로 플로리다 말린스 팀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다. 올시즌 성적은 7월 1일 현재 타율 0.342(155타수 53안타)다. 최고 기량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12개 안타(7월 1일 기준)를 더 때리면 MLB 사상 30번째로 통산 3000안타 고지를 밟는다. 3000안타-500도루-통산 타율 3할(0.300) 이상의 역대 4번째 선수가 된다. 이치로는 그저 평범한 체구(180㎝·77㎏)의 선수다. 거인급들이 활약하는 MLB에서는 왜소한 편에 속한다. 그는 “덩치 큰 선수들의 세계에서 평범한 선수도 세계 야구 기록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아이들이 야구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해 왔다.

이치로는 사무라이처럼 인상이 차갑다. 잘 웃지도 않는다. 우리 프로야구에 대해 “일본을 쫓아 오려면 멀었다”고 시건방을 떤 적이 있다. 친근감이 가지 않는 일본인이다. 그러나 이치로를 보면 ‘무섭다’라는 말밖에 안 나온다. 뉴욕 양키스 동료였던 C.C 사바시아는 “이치로는 시즌이 끝난 다음날과 크리스마스만 쉬고 매일 훈련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1년 363일을 훈련한다는 얘기다. 30년 이상을 그래왔다. 그는 “사람들은 나를 타격 천재라 부르지만 나는 천재가 아니다. 늘 한 베이스 더 가는 것을 갈구해왔을 뿐”이라고 했다. 한화 이글스의 김성근 감독은 “이치로는 철학자”라고 했다. 이치로가, 일본인이 무섭다.
일본은 미국(269명)·독일(87명)·영국(84명)·프랑스(39명)와 함께 세계 5위의 노벨 과학상 강국이다. 1949년부터 21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문학상과 평화상 수상자까지 포함하면 일본 수상자는 24명이나 된다. 입자물리학·이론물리학·이론화학·의약화학·생리학·분자생물학 등 거의 모든 기초과학 분야에서 수상자를 배출했다. 특히 2008년 이후에만 12명의 수상자를 쏟아냈다. 이치로는 외진 연구실에서 실패에 굴하지 않고 연구와 연마를 통해 노벨상을 받아내는 일본 과학자들의 모습과 닮았다.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1일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R&D(연구개발)에 쓰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국 과학계의 노벨상 콤플렉스와 현실적 한계를 분석했다. 네이처는 한국의 R&D 예산이 GDP 대비 1999년 2.07%에서 2014년 4.29%로 늘어 단연 세계 1위를 기록했지만 그 성과가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네이처는 “2014년 한국이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수는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1.22%인 스페인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영국·독일·일본의 절반에 그치고, 중국과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이다. 네이처는 “한국 정부가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대국이 끝나자마자 AI에 202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주먹구구식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은 노벨상을 받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 문제는 야망이 돈으로 실현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라는 비판이 정말 아프다.
이치로는 일본 장인정신의 상징이다. ‘천재성’보다 “한 베이스 더 가는 것을 갈구해왔을 뿐”이라는 이치로의 치열하고 간절함이 존경스럽다. 그런 정신이  일본을 노벨상 강국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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