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제 떡 제 먹기’
  • 정재모
국회의 ‘제 떡 제 먹기’
  • 정재모
  • 승인 201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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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기원전 380년 무렵 춘추시대 노나라 목공(穆公) 때 공의휴(公義休)라는 재상이 있었다. 나라의 녹을 받는 자는 서민과 이익을 다투지 않아야 하고, 특히 사소한 이익을 탐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을 가진 사람이었다. 어느 날 밥상에 오른 아욱국 맛이 각별했다. 자기네 밭에서 기른 채소임을 알고 당장 아욱을 뽑아 내버리게 했다. 질 좋은 옷감이 집에서 짠 것임을 듣고는 베틀도 버리도록 했다. 그 일을 업으로 하는 백성들은 어쩌란 말이냐고 호통을 쳤던 거다.
아욱을 뽑고 직녀를 내보낸다는 말, 발규거직(拔葵去織)이란 성어의 고사다. 사마천이 사기 순리(循吏)편에 적어놓았다. 순리란 일 처리가 공정하고 엄격하며 선량한 백성을 보호하고 간악한 자는 꼭 응징하는 관리를 말한다. 사마천이 만고의 진서에다 순리 다섯 명을 거론하면서 이 공의휴를 그 하나로 기록해 모범으로 삼은 걸 보면 그때도 제 일가 친인척 식구나 챙기는 천박한 좀생이 관료들이 득실거린 세상이었던 걸까.

21세기 한국의 국회의원들에게 언감생심 공의휴의 청담(淸談) 같은 이야기를 기대하랴만, 해도 너무한다 싶다. 평소 말은 그리 안하던 사람이 딸을 인턴으로 채용하고 친동생을 5급 보좌관으로 임명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사례가 촉발한 국회 보좌관 친인척 채용이 어디까지일지 알 길이 없다. 처음 한 둘의 이름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더러운…!’싶었는데 줄줄이 불거져 나오는 이름들을 보면서, 눈 부릅뜨고 따져 뭣하랴 싶은 무력감에 빠진다.
친인척 보좌관을 둔 의원 이름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자 요 며칠 여야는 호떡집에 불난 모양새다. 몇 촌 이내 친인척을 보좌관으로 채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을 만들겠다느니, 의원 특권을 내려놓겠다느니 온갖 소리들을 내지르고 있다. 국민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좀 들긴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다 안다. 저들 소리는 소나기 피하기 헛소리일 뿐 그 마음속엔 벌써 ‘이 취업난 시대에 남 줄 게 어디 있냐’며 이 소나기 지나고 나면 다시 ‘제 떡 제 먹기’할 궁리에 골몰할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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