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기원전 380년 무렵 춘추시대 노나라 목공(穆公) 때 공의휴(公義休)라는 재상이 있었다. 나라의 녹을 받는 자는 서민과 이익을 다투지 않아야 하고, 특히 사소한 이익을 탐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을 가진 사람이었다. 어느 날 밥상에 오른 아욱국 맛이 각별했다. 자기네 밭에서 기른 채소임을 알고 당장 아욱을 뽑아 내버리게 했다. 질 좋은 옷감이 집에서 짠 것임을 듣고는 베틀도 버리도록 했다. 그 일을 업으로 하는 백성들은 어쩌란 말이냐고 호통을 쳤던 거다.
아욱을 뽑고 직녀를 내보낸다는 말, 발규거직(拔葵去織)이란 성어의 고사다. 사마천이 사기 순리(循吏)편에 적어놓았다. 순리란 일 처리가 공정하고 엄격하며 선량한 백성을 보호하고 간악한 자는 꼭 응징하는 관리를 말한다. 사마천이 만고의 진서에다 순리 다섯 명을 거론하면서 이 공의휴를 그 하나로 기록해 모범으로 삼은 걸 보면 그때도 제 일가 친인척 식구나 챙기는 천박한 좀생이 관료들이 득실거린 세상이었던 걸까.
친인척 보좌관을 둔 의원 이름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자 요 며칠 여야는 호떡집에 불난 모양새다. 몇 촌 이내 친인척을 보좌관으로 채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을 만들겠다느니, 의원 특권을 내려놓겠다느니 온갖 소리들을 내지르고 있다. 국민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좀 들긴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다 안다. 저들 소리는 소나기 피하기 헛소리일 뿐 그 마음속엔 벌써 ‘이 취업난 시대에 남 줄 게 어디 있냐’며 이 소나기 지나고 나면 다시 ‘제 떡 제 먹기’할 궁리에 골몰할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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