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채근담(菜根譚)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벼슬자리는 마땅히 너무 높지 말 것이니 너무 높으면 위태하며, 능한 일은 마땅히 있는 힘을 다 쓰지 말 것이니 다 쓰면 쇠퇴하며, 행실은 마땅히 너무 고상하지 말 것이니 너무 고상하면 비방이 일어나고 욕이 나온다.”
이 대목대로 살아보겠다고 다짐한 것인지, 아니면 삶에 여백을 두고 싶어서인지 스스로 몸값을 낮춰 부르는 사람들이 가끔 보인다. 그 첫손 꼽을 현상이 공무원 공개채용 시험에서 나타나고 있다. 몇 년 전엔 박사학위 소지자가 환경미화원 시험에 응시했다가 떨어진 일이 있었다. 체력이 모래주머니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다. 환경미화원의 직무를 수행하는데 물리학, 그것도 박사학위까지 필요할까? 그가 왜 응시했는지는 ‘소설’을 쓰지 않고는 꿰어 맞출 도리가 없다.
현직 변호사가 9급 임용고시에 합격하면 그의 첫 근무처는 주민센터가 된다. 그 곳에서 각종 증명서 발급업무부터 시작해야 한다. 변호사 양성과정을 생각하면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하게 될 일 치고는 낭비요소가 너무 많아 보인다. 앞에 언급한 물리학 박사의 환경미화원 응시와 별로 달라보이질 않는다. 경쟁률도 치열하다. 일단 모집공고가 붙으면 수천명이 응시하는 건 흔한 일이다. 그 경쟁률에 지레 겁먹은 사람들이 썰물 빠지듯해도 수십대 1의 좁은문 뚫기가 기다리고 있다. 9급공무원 인기는 그런데도 상종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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