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인기
  • 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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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언
  • 승인 201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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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채근담(菜根譚)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벼슬자리는 마땅히 너무 높지 말 것이니 너무 높으면 위태하며, 능한 일은 마땅히 있는 힘을 다 쓰지 말 것이니 다 쓰면 쇠퇴하며, 행실은 마땅히 너무 고상하지 말 것이니 너무 고상하면 비방이 일어나고 욕이 나온다.”
이 대목대로 살아보겠다고 다짐한 것인지, 아니면 삶에 여백을 두고 싶어서인지 스스로 몸값을 낮춰 부르는 사람들이 가끔 보인다. 그 첫손 꼽을 현상이 공무원 공개채용 시험에서 나타나고 있다. 몇 년 전엔 박사학위 소지자가 환경미화원 시험에 응시했다가 떨어진 일이 있었다. 체력이 모래주머니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다. 환경미화원의 직무를 수행하는데 물리학, 그것도 박사학위까지 필요할까? 그가 왜 응시했는지는 ‘소설’을 쓰지 않고는 꿰어 맞출 도리가  없다.

이번엔 현직 변호사가 9급 일반행정직에 응시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지난해 7급임용시험에도 응시했으나 실패한 모양이다. 로스쿨 출신 뿐만 아니라 9급 임용자 가운데는 서울대학교 출신도 나온다고 한다. 다른 대학교 졸업자들이 많을 것임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니 고등학교 출신은 말할 것도 없고 전문대학교 출신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급수의 높낮이보다 삶의 질을 앞세우겠다는 것인가.
현직 변호사가 9급 임용고시에 합격하면 그의 첫 근무처는 주민센터가 된다. 그 곳에서 각종 증명서 발급업무부터 시작해야 한다. 변호사 양성과정을 생각하면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하게 될 일 치고는 낭비요소가 너무 많아 보인다. 앞에 언급한 물리학 박사의 환경미화원 응시와 별로 달라보이질 않는다. 경쟁률도 치열하다. 일단 모집공고가 붙으면 수천명이 응시하는 건 흔한 일이다. 그 경쟁률에 지레 겁먹은 사람들이 썰물 빠지듯해도 수십대 1의 좁은문 뚫기가 기다리고 있다. 9급공무원 인기는 그런데도 상종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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