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내뱉은 그의 언어, 한 편의 詩가 되다
  • 이경관기자
툭 내뱉은 그의 언어, 한 편의 詩가 되다
  • 이경관기자
  • 승인 201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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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시인 세번째 시집… 올해 현대시작품상 수상작
‘입추에 여지없다 할 세네갈산(産)’ 외 작품 33편 선봬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솔직한 언어와 역동적인 감각을 가진 시인으로 평가 받아온 김민정 시인이 최근 세 번째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를 출간했다.
 툭, 내뱉는 그의 언어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시가돼 시집 속에 오롯이 담겼다.
 이번 시집에는 2016년 현대시작품상을 수상한 ‘입추에 여지없다 할 세네갈산(産)’ 외 8편의 시를 비롯해 총 33편의 시가 실려 있어 눈길을 끈다.
 김민정의 이전 시들이 삶의 표면에 도드라진 무늬들을 솔직한 감각으로 포착해 마치 랩이라도 하듯 거침없는 말투로 쏟아냈다면, 최근 시들은 깊숙하게 내려앉았다가 다시 솟구치는 삶의 곡선을 닮은 타령처럼 구성지면서도 애달픈 데가 있다.
 이번 시집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우수의 소야곡’, ‘춘분 하면 춘수’, ‘엊그제 곡우’ 등 절기를 그 배경 혹은 주제로 삼아 씌어진 시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계절감을 선명하게 느끼게 하는 시, ‘봄나물 다량 입하라기에’, ‘복과 함께’ 등까지 더해지면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은 더욱 풍성해진다.

 “나는 들고 간 민음사판 ‘김춘수 시전집’에서/ 선생의 시 ‘은종이’에 끼워뒀던/ 은색 껌종이를 꺼내어 접었다 폈다,/ 사지 달린 은색 거북이 한 마리/ 댁네 탁자에 놓아두고 왔다// 훗날 선생은 1999년 4월 5일 새벽 5시경이라/ 아내의 임종을 기억해내시었다// 우리가 처음 본 게 언제였더라?/ 오랜만에 만난 사진작가와 술잔을 기울이다/ 1999년 이른 봄쯤이라는 계산을 마치는 데는/ 선생의 아내 사랑이 컸다”(‘춘분 하면 춘수’)
 오랜만에 누군가와 만나 우리가 처음 본 날이 언제인지 헤아려보다가, 그날이 바로 시인 김춘수 선생의 댁에 갔다가 선생의 아내가 많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날이었음을 되살려내고, 선생의 아내가 영면에 든 날을 기준으로 날짜를 헤아려보니 그날은 아마도 선생의 이름을 닮은 ‘춘분’이었을 것이라 기억해내는 시. 이렇듯 어떤 절기-시의 절기는 무연히 흘러온 듯한 삶에 만남과 사랑과 죽음과 재회가 있었음을 일깨운다.
 “생강더미에서 생강을 고른다/ 생강을 고르는 건/ 생강을 생각하는 일 (……) 더러 너의 거기를 쏙 빼닮은 생강/ 내 사랑하던 두더지가 입을 삐쭉하며/ 알은척을 해오기도 했다 의외로/ 작으면 작은 대로 감칠맛이 있어/ 원숭이들 등 긁듯 살살 훑다보면/ 곰과 맞짱을 떠야 하는 밤도 생겨났다 (……) 못생긴 건 둘째 치고서라도 헐벗었기에 너는/ 생강/ 모든 열매 중에/ 가장 착하게 똑 부러져버릴 줄 아는/ 생각”(‘상강’)
 또 어떤 절기-시의 절기는 말장난의 재료가 되어, 생강더미에서 생강을 골라내는, 그 아무런 의미도 없는 듯했던 행동을 일종의 성찰적 시간으로 탈바꿈시킨다.
 ‘현대시’ 2016년 5월호 김민정 시인과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나눈 대담에서 신 평론가는 “앞의 두 시집이 각각 이십대의 무모함과 삼십대의 예리함에 힘입은 것이라면 최근 시는 사십대 전후에 생겨난 깊이의 산물들이다. 특유의 자유분방함에 깊이가 더해지니 이제 새로운 단계가 열렸다는 느낌이다. ‘이게 시가 아니면 뭐 어때?’라고 말하듯이 쓰인 시가 ‘그런데 이게 인생이 아니면 뭐냐!’라고 말하듯 삶의 깊은 데를 툭툭 건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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