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전수조사해 ‘만득이’ 비극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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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전수조사해 ‘만득이’ 비극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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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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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사리분간을 못 하는 지적장애인이 가족과 생이별한 채 19년 동안이나 충청북도의 한 축산 농가에서 노예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다 도망쳐 경찰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노모의 품에 안겼다는 소식이 국민을 울렸다.
 잃었던 아들을 되찾은 노모(77)는 아들을 끌어안고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어디 갔다 이제 왔느냐”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2급 지적장애인인 고모(47)씨는 고향 집에서 같은 장애인인 어머니와 누나를 부양하다 28세 때 행방불명됐다.
 그는 축산 농가에서 이름조차 잊은 채 ‘만득이’로 불리며 소똥 등을 치우는 고되고 험한 노역에 시달렸다. 평생 손수레와 쇠스랑을 쥐고 산 손바닥은 굳은살로 가득하고 양손의 손톱은 닳아 없어졌다. 목과 팔에는 상처가 있었다.
 언론이 취재한 그의 거처는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누추했다. 고씨는 집도 성도 기억하지 못한 채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짐승 취급을 당하며 그 긴 세월을 온몸으로 견뎌야 했다니 가슴이 먹먹하다. 그는 심리적 불안증세로 가해자 처벌을 위한 경찰 조사조차 제대로 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지옥’에서 벗어난 고씨는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초등생 이하의 지적 수준이다. 오랜 기간 강압적이고 폐쇄적인 환경 속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리느라 피폐한 고씨에게 정상적인 진술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이다.

 고씨의 고향 집과 노예 생활을 한 축산 농가는 불과 18㎞, 자동차로 20분 거리였다고 하니 이웃과 사회의 무관심에 다시 한 번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주변에서 고씨의 고통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였다면 일찍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연이은 참혹한 아동학대 사건으로 국민의 분노가 끓어올랐던 게 얼마 전이다. 지난 2014년에는 악덕 염전 사업자들이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장애인을 유인ㆍ감금ㆍ폭행하고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은 ‘염전노예’ 사건이 사회적공분을 산 바 있다.
 고씨가 행방불명됐던 경위를 가려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지적장애인은 인권이 침해돼도 가해자에 대항하거나 도움을 청할 능력이 없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인 가운데 고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제2, 제3의 ‘만득이’가 더 없으리란 법이 없다. 고씨 사건을 접한 충청북도는 도내 지적장애인 9000여명(등록 기준)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기로 했다.
 정부는 전국적으로 이를 확대해 고씨와 같은 불행한 상황에 놓인 사람을 구하고, 장애인 인권유린 방지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고씨의 모친과 누나도 지적장애 2급이라고 한다. 이런 가정이 사회안전망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배려도 있어야 한다.
 장애인 시설에서 차별이나 폭행 등의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장애인을 노예처럼 부려 먹고 학대한 파렴치범에 대한 단죄도 강화해야 한다.
 피해자가 63명에 달한 염전노예 사건의 경우 가해자 절반 이상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유전적으로, 혹은 사고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 보호에 국가가 좀 더 확실하게 신경을 쓰길 바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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