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 ‘속박이’
  • 정재모
도로변 ‘속박이’
  • 정재모
  • 승인 201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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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국도나 지방도를 따라 차를 몰고 농촌지역을 지나다 보면 길가에 농산물을 조금씩 가져다 놓고 파는 광경을 종종 보게 된다. 철철이 그 지역에서 나는 특산물 같은 걸 내다놓고 파는 곳이다. 생산 현장인데다 소박한 모습의 사람들인지라 정다운 생각도 들어 차를 세워 과일을 더러 사게 된다. 그런데 집에 와서 보면 물건이 아까 살 때 본 그것과 사뭇 다르다. 위엣것 한 켜 들어내고 나면 그 아래 안 보이는 데 있는 놈은 영 불량과일일 때가 허다하다.
이런 경우를 ‘속박이’ 또는 ‘속배기’라고 한다. 지역에 따라선 ‘속박기’라고 하는 곳도 있다. 겉에는 굵고 빛깔 좋은 것들을 두고 속에는 나쁜 것을 섞어 소비자 눈을 일시적으로 속여 파는 행위를 이른다. 아직 국어사전에서는 볼 수 없으나 농수산물 거래 현장에서는 오래 전부터 써오는 말이다. 속박이는 양심이 불량한 장사꾼이 질이 낮은 상품을 속에 감춰 팔되 값은 위에 보이는 좋은 상품 가격으로 쳐서 받는 일이다. 일러 ‘불량판매’라고나 할까. SNS가 발달하여 정보가 순식간에 전파되는 오늘날 이런 양심불량 가게가 문을 닫게 되는 건 시간문제다.

그런데 길가에서 파는 노점상들은 아직도 이런 일을 흔히 하고 있는 모양이다. 복숭아 철을 맞은 요즘 주산지인 청도지역 도로변에 속박이 상행위가 성행하고 있다는 보도다. ‘속박이상인’들은 마치 자기네가 직접 과일을 생산한 농민인 양 어리숙한 체하며 속박이장사를 한단다. 지나가버리면 다시 안 볼 손님이라고 그런지 몰라도 이런 행위는 궁극적으로 지역특산물 이미지와 생산농가에 피해를 주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도로변에서 지역의 제철과일을 떼다 파는 약빠른 상인에 대한 계도가 필요하다. 공정한 상행위를 하는지에 대한 감시 감독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야 한다. 그것은 당국의 일이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먼저 농민단체나 마을주민들이 적극 나서야 할 일이다. 지역의 특산물 이미지를 좋게 만들고 유지하는 일은 결국 자신들 이익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정을 잘 아는 동네사람들이 감시의 눈을 부비고 있다면 도로변 속박이 설 자리는 크게 좁아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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